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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청계천’과 ‘덮힌 심곡 복개천’
-44년만에 새 물길 연 청계천 방문기(訪問記) 
더부천 기사입력 2005-10-02 20:43 l 강영백 기자 storm@thebucheon.com 조회 19539


△청계천을 찾은 사람들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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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후 세 아이를 데리고 아내와 함께 청계천을 찾았다. 역곡역에서 전철을 이용해 신길역에서 5호선을 갈아타고 광화문역에 내려 5번 출구로 나와 교보문고에서 옛 동아일보 건물로 향하는 횡단보도를 건너자 마자 청계천이 눈에 들어 왔다.

부천에서 전철을 이용해 청계천을 찾는데 불과 30분 남짓 밖에 걸리지 않았다.

1958년 복개공사를 시작한 지 47년, 1961년 콘크리트에 완전히 파묻힌 지 44년 만인 10월1일 새 물길이 열린 청계천으로 향하는 길은 구경나온 사람들의 행렬로 길게 늘어서 있었다.

때마침 맞은편 조선일보 사옥 부근 동화면세점 앞 광장에서는 조선일보가 주최하는 ‘광화문 카트라이더 게임대회’가 열리고 있었다. 아이들이 보채는 바람에 청계천 구경에 앞서 행사장을 먼저 찾았다. 눈길을 끈 것은 행사장 주변에 천막을 치고 길게 늘어선 야외 음식점들 이었다.

이순신 장군 동상이 우뚝 서 있는 광화문 네거리 한 복판에서 맞은 편 청계천과 행사장을 찾는 사람들의 허기진 배를 채워주기 위한 먹거리 광장은 고기도 굽고 닭도 튀기느라 연기와 냄새가 진동을 하고 길바닥 여기저기에 앉아 술잔을 기울이며 음식을 먹는 모습이 흡사 ‘난장판’ 같아 보였지만, 넉넉한 휴일에만 허용될 법한 서울의 자율적인 모습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부천에서 이같은 광경이 벌어지면 아마도 이곳저곳에서 난리법석 호들갑을 떨기에 충분할 것같다는 ‘직업적인 생각’도 들어 씁쓸했지만, 보채는 아이들의 손에 떠밀려 고소한 닭다리를 광화문 한복판에서 뜯어먹는 기분은 삼삼했다.

‘주말 서울의 여유로움과 자율성’은 44년만에 새 물길이 열린 청계광장에서 관수교~ 다산교~ 고산자교까지 5.8㎞를 가족과 함께 사람들의 행렬에 자연스럽게 떠밀리다시피 걸으면서도 넉넉하게 느낄 수 있었다.

우뚝우뚝 솟은 거대한 고층빌딩들이 빼곡히 들어찬 서울 도심 한 복판 사이로 맑은 물이 흐르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서울시민이 아닌데도 마음을 설레이게 했다.

바지를 걷어 올리고 물속에 발을 담그는 아이들과 어른들도 적지 않았고,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청계천을 따라 걸으면서 이 구경, 저 구경, 사람구경까지 걷는 동안 청계천변 주변 음식점마다 사람들이 차례를 기다리며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청계천 복원효과가 인근 음식점 등 상가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KBS 9시뉴스를 청계천 현장에서 생방송하기 위해 준비하는 스탭들의 분주한 모습이며, 흥겨운 장단에 각설이 분장을 한 엿장수 너댓명이 야외공연을 하는 곳에는 사람들로 빼곡히 들어차 까치발을 내딛고 어깨 너머로 구경하는 모습이며, 국화 전시회를 하는 곳에서 멋진 포즈를 취하는 모습이며, 각계각층의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청계천변에 모여들어 인산인해(人山人海)를 이루었다.

오랫동안 사람들의 기억 속에 거지와 찌든 가난을 떠올리게 했던, 그러나 앞으로는 꿈과 희망을 올리게 될 ‘청계천 다리밑’에 끝도 없이 이어지는 사람들의 행렬은 부천시민들에게 알기 쉽게 표현하면 지난 2003년 10월1~20일까지 상동 호수공원에서 열렸던 빛의 대축제, ‘부천 루미나리에’ 당시 몰려든 인파(人波)를 연상하면 될듯 싶다.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음식점을 찾았으나 쉽지가 않았다. 청계천변 인근 오래된 음식점마다 사람들로 꽉꽉 들어차 겨우 자리를 잡은 음식점도 연신 밀려드는 사람들로 종업원들의 일손이 딸릴 정도였다.

밤 8시가 가까운 시간에도 청계천을 찾는 사람들의 행렬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다. 청계천에 흐르는 맑은 물을 좀더 가까이 느껴보기 위해 서울프레스센터에서 서울시청까지 장사진을 이룬 사람들이 입장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85년 콘크리트로 덮힌 ‘심곡 복개천’
부천시에서도 적극 검토하면 어떨까


부천으로 향하는 전철에 오르면서 문득 열린 청계천의 진한 여운이 “콘크리트로 덮힌 ‘심곡 복개천’을 부천에서도 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심곡천은 부천의 역사적 향취는 물론 청계천처럼 도심 한복판을 지나는 하천이란 상징성이 있기 때문이다.

심곡 복개천은 1985년에 콘크리트로 덮힌 채 소사·춘의·심곡동 배수구역의 하수를 굴포천으로 유입시키고 있으며, 유역면적은 6.95㎢이며, 길이는 약 1km에 이른다.

심곡 복개천을 뜯어내자는 여론은 90년대부터 민간단체에서 복개천 탐사계획을 제시했으나, 당시 부천시에서는 예산이 너무 과다하게 들어 곤란하다는 논리를 편 적이 있다.(2000년 5월30일 부천시의회의 부천시 21세기특별위원회 회의록 중 당시 이강인 시의원 발언)

당시 류중혁 의원은 심곡 복개천의 바닥이 콘크리트로 안돼 있고 바닥이 흙이어서 다시 열고 개선하려면 그에 버금가는 물을 많이 보내줘야 하기 때문에 상당히 어려운 문제라는 입장을 밝혔었다.

또 당시 위원장이었던 김만수 시의원(현 청와대 대변인)은 과감하게 복개된 하천도 여러 가지를 고려해봐야 되겠지만 뜯어내는 것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는 것 아니냐, 심곡복개천이 여러 가지 복잡한 문제가 있다면 정책개발연구단에서 검토하고 있는 원종2동의 베르네 복개천을 시범적으로 뜯는 걸 검토해 볼 필요도 있다는 것으로 정리했었다.

심곡 복개천 복원은 지난 2003년 7월16일 민선3기 1주년 부천시정활동 평가 토론회에서도 시민단체에서 거론됐다. 당시 이래일 부천YMCA 사무총장은 ‘푸른부천21’ 의제도 심곡천 살리기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에 대한 목표를 설정했으나, 이에 대한 타당성 조사조차 이루어지고 있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정치권에서는 지난해 6.5 부천시장 보궐선거 당시 열린우리당 신철영 후보가 심곡복개천 복원을 공약을 내걸었으나, 이번 10.26 부천원미갑 국회의원 재선거에 출마하는 여야 후보들은 이에 대한 언급이 없다.

도시의 친수성 공간을 확대하고 수질도 개선하는 복개천 복구공사는 얼핏보면 간단하다. 복개천을 뜯어낸 다음 개천이 될 곳의 바닥을 길게 파고, 그 위에 물이 지하로 스며들지 않게 진흙을 깔고 그 위에 작은 조약돌과 자갈을 깐 뒤 수초와 나무들을 심으면 되는 것이다.

엄청난 투자 비용 및 상가 철거 등 걸림돌 작용
‘가능성은 있되, 실행하기엔 벅찬 사업’ 인식


물론 이 과정에서 생활하수관과 개천을 분리해야 하고 홍수에 대비한 별도의 시설까지 갖춰야 하므로 개천을 복구하는데 엄청난 예산이 소요된다는 것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인근 상가의 이주 문제 등까지 따진다면 더 엄청난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에 ‘가능성은 있되, 실행하기엔 벅찬’ 사업이라는 느낌을 받게 한다.

그러나 복원된 청계천도 처음엔 그랬을 것이다.

심곡 복개천과 사정은 마찬가지로 서울시가 청계천을 복원하는데 드는 예산은 똑같은 면적과 길이라도 해도 더 많은 비용과 어려움이 따랐을 것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2003년 7월1일 첫 삽을 뜬 청계천 복원 사업은 2년3개월여간 들어간 공사비용은 3천900억원 정도이지만, 청계천 복원에 따른 경제 유발 효과가 23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돼 투입액에 비해 60배에 달하는 엄청난 수익이 기대되는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청계천은 역시 심곡천처럼 원래 물이 그렇게 많이 흐르지 않는 건천이지만, 하루 12만t의 물이 사시사철 물이 흐르는 하천으로 다시 태어났다.

자양취수장에서 퍼올린 한강물은 뚝도정수장에서 2급수로 정화돼 땅속 11km의 용수관을 따라 시발인 청계광장까지 거슬러 올라가 지하수와 보태져 평균 30cm의 수심을 유지하며 물을 흘려보낸다고 한다. 물을 끌어올리는 전기료만 하루에 238만원이고 전체 유지비용은 연간 18억원이 소요된다고 한다.

그러나 청계천에 물이 흐르면서 먼 길을 마다하고 전국 곳곳에서 구경온 사람들로 연일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기나긴 행렬이 이어지면서 서울 도심 한복판에 조성된 자연친화적 공간에 대한 감탄과 찬사를 보내고 있다.

청계천 복원은 2년 남짓한 기간에 삭막한 도시를 얼마나 다른 모습으로 바꿀 수 있는지에 대한 답을 주었다고 할 수 있다.

그 뿐만이 아니다. 청계천 복원으로 주변 음식점과 상가들은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고 한다. 실제, 구경 나온 인파들이 청계천 주변 음식점·상가마다 허기진 배를 채우고 쇼핑을 하기 위해 장사진을 이루었다. 청계천변의 침체된 상권의 부활을 예고하고 있다.

열린 청계천을 직접 가본 부천시민이라면, 부천에서도 “심곡천 활짝 열렸다”는 소식과 “베르네천도 열렸다”는 소식을 들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질 것이다.

부천은 인공 하천인 ‘시민의 강’을 전국 최초로 선보인 도시라는 점에서 자연 하천을 복원하는 프로젝트를 지금부터라도 준비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청계천을 갔다온 아이들은 집에 들어서자 마자 다음 주말에도 “청계천에 가자”고 졸라댔다.


▲삭막한 콘크리트에 덮힌 심곡 복개천 광경(역곡동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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