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계 고등학교가 취업의 문을 열어주는 직업교육 기관으로 정체성을 상실, 학제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임해규 의원(한나라당ㆍ부천 원미갑ㆍ사진)에 따르면 국정감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중학교 졸업생 69만438명 중 22.5%(15만5천467명)가 전문계고에 진학했고, 전문계고 졸업생 15만8천408명 중 72.9%(11만5천407명)는 대학에 진학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전문계고 취업률은 지난해 19%로 2003년 38.1% 비해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이같은 수지로만 보아도 전문계고가 더이상 직업교육 기관으로써 정체성을 찾기 어려울 뿐 아니라 전문계고와 일반계고를 구분하는 것이 의미가 없어졌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또한 대학 진학률이 80%를 넘어선 시대에 고졸자가 좋은 직업을 선택할 기회를 보장받거나 대졸자와 같은 조건으로 취업하기는 어려운 여건인데다, 이미 고졸과 대졸이상 간의 임금 격차가 47% 정도로 큰 격차를 보이고 있어 현실적으로 더이상 전문계고 학생들의 취업을 장려하기는 힘든 실정이다.

실제로 2007년도 경력 1년 미만의 고졸 초임 평균 월급여액은 129만원, 전문대졸자는 133만9천원, 대졸자는 189만6천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2000년 고졸 78만3천원, 전문대졸 84만3천원, 대졸 88만원에 비해 임금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결국 전문계고는 취업에도 도움이 못되고, 좋은 대학 진학에도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취업을 위한 기능사 자격 취득을 위해서는 재학 중 필요 과목을 전부 이수하고도 전문계고 교육과정과 자격검정 내용의 연계성이 부족해 학원에 가서 별도로 자격시험을 준비해야 하는 실정이다.

전문계고 졸업생이 전문대학 지원시 과목별 평균 점수를 살펴보면 국어, 영어, 수학 과목 모두 평균 점수가 50점에 미달됐고, 최저 통과 점수의 도달 비율도 일반 전형의 국어를 제외하면 극히 낮은 수준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4년제 대학의 성적도 전문계고 출신 학생들이 일반계고 출신 학생들에 비해 평균 한 등급 아래의 성적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와 함께 전문계 고교생의 학업중단 비율은 일반계 고교생보다 약 3.5배 높게 나타나고 있으며, 학업중단 이유 중 학교 부적응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 부적응으로 인한 학업중단은 대학에서도 같은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서울의 한 A대학을 조사한 결과, 일반학생의 경우 편입이나 다른 학교를 선택하기 위해 자퇴를 하거나 제적하는 경우가 있는데, 전문계 고교생의 경우에는 대부분 가정형편이나 학교 부적응으로 인해 학업 중단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임해규 의원은 이같은 전문계 고교의 상황과 관련해 “그동안 특목고, 자율형 사립고 등 소위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가는 고교에만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고, 전문계 고교와 학생들에 대해서는 거의 관심이 부족했다”면서 “현재 전문계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온 대안인 종합고는 일반계와 전문계 모두를 허술하게 하는 구조로 돼 있고 교과부가 추진해온 몇 개 반만을 특성화 하는 특성화고 정책은 전문계 고등학교를 정상화하는데 한계를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 의원은 전문계 고교 문제해결의 한가지 대안으로 “현재 디자인, 만화, 요리 등의 특성화고는 몇 개 반만을 특성화해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 자체를 특성화해 운영하도록 하고 나머지 전문계 고교는 미국식의 종합고등학교로 전환해 고교 과정을 복선학제에서 단선학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02)784-52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