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의 ‘비선 실세’ 최순실(60ㆍ구속기소) 씨의 국정 농단 의혹 사건((최순실 게이트)에 분노한 민심이 주말인 26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제5차 촛불집회가 열린다. 정치권은 대통령 탄핵 수순 절차를 밟기 위한 본격 시동을 걸었다.

민중총궐기 투쟁본부와 민주노총 등 1천500여개 진보진영 시민사회단체 연대 모임인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ㆍ약칭 퇴진행동ㆍ바로 가기 클릭)’은 26일 오후 6시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박근혜 퇴진 5차 범국민행동’ 행사를 개최한다.

퇴진행동은 이날 집회에 서울 150만명, 지방 곳곳에서 50만명 등 전국에서 200만명이 참가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12일 3차 촛불집회에서 주최 측 추산 100만명(경찰 추산 26만명)보다 규모가 클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촛불집회 참여인원은 주최 측 추산으로 10월29일 1차 촛불집회 3만명을 시작으로 지난 5일 2차 촛불집회 30만명, 12일 3차 초불집회 100만명(경찰 추산 26만명), 19일 4차 촛불집회 서울(50만~60만명)과 지방 40만~50만명 등 100만명이 참가했다.

주최 측은 본행사에 앞서 오후 4시부터 세종로사거리에서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 새마을금고 광화문지점, 삼청로 세움아트스페이스 앞, 신교동로터리 등 청와대 입구를 지나는 4개 경로에서 행진과 집회를 열겠다고 신고했다.

본행사 종료 후에는 오후 8시부터 세종로사거리를 출발해 새문안로, 정동, 서소문로, 종로, 소공로, 을지로 등을 거쳐 청와대 남쪽 율곡로·사직로를 낀 경복궁역 사거리까지 9개 경로로 행진을 할 예정이다.

경찰은 9개 경로의 행진은 허용했으나 오후 4시부터 시작되는 이른바 ‘청와대 인간띠 잇기’로 불리는 사전 행진은 율곡로 남쪽까지만 허용하기로 했다.

서울행정법원은 주최 측이 청와대 인근 사전집회와 행진을 허용해 달라며 경찰을 상대로 낸 집행정지 기처분신청을 이날 일부 받아들여 행진은 오후 1시부터 오후 5시30분까지, 집회는 오후 1시부터 오후 5시까지 허용했다.

이에 따라 청와대 앞 200ｍ 지점인 신교동 로터리(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를 포함해 청와대와 직선거리로 460여m인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 직선거리로 400여m 떨어진 삼청로 세움아트스페이스 등까지 행진을 낮시간대 조건부 허용해 청와대를 동·남·서쪽에서 에워싸는 집회와 행진이 사상 최초로 가능하게 됐다.

법원은 앞서 지난 12일 3차 촛불집회에서는 청와대 남쪽 약 1km 거리인 율곡로와 사직로까지 행진을 허용했고, 19일 4차 촛불집회에서는 청와대에서 400여m 떨어진 창성동 별관과 세움아트스페이스까지 행진도 낮시간대라는 조건을 달아 행진을 허용한 바 있다.

26일 5차 촛불집회에서는 낮시간대(오후 1시~오후 5시30분)라는 조건으로 청와대에서 200~400여m 떨어진 지점까지 행진하며 이른바 ‘청와대 인간띠 잇기’ 사전 행진을 처음으로 할 수 있게 됐다. 이는 대규모 시위대가 청와대와 가장 근접하는 거리로 시위대가 일제히 구호를 외칠 경우 청와대까지 소리가 충분히 전달될 만큼 가깝다는 점에서 집회ㆍ시위 역사에 있어서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이날 280개 중대 2만5천여명을 투입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촛불집회 하루 전인 25일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은 트랙터 등 농기계와 화물차 1천여대를 동원해 집단 상경투쟁을 시도했으나 경기도 안성과 죽전 등에서 경찰에 차단당했다.

상경투쟁단은 당초 이날 오후 5시 정부서울청사 인근에서 열리는 전국 농민대회에 참가한 뒤 청와대 방면 행진을 할 예정이었다.

전국 대학 학생회 등 연대체인 ‘전국 대학생 시국회의’ 참가 대학교 학생들도 25일 동맹 휴업을 선포하고, 이날 오후 광화문 광장에서 ‘대학생 총궐기대회’를 열고 청와대 방면으로 행진했다.

경찰은 청와대에서 1㎞가량 떨어진 내자동 로터리까지만 행진하도록 시국회의 측에 조건부 통보했으며, 법원은 시국회의의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이날 받아들여 청와대 입구 신교동 로터리까지 행진을 허용했다.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또 26일 오후 8시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마음을 담아 1분간 소등을 실시하는 행사를 연다.

퇴진행동은 “이미 100만 항쟁의 기적을 만들었다. 26일 또 하나의 기적을 만들어 달라”며 “광장과 가정, 사무실과 공장, 가게와 거리 모든 곳에서 ‘1분 소등’과‘1분 경적’ 에 참여를 호소드린다”고 당부했다.

주최측 예상 전국에서 200만명 촛불집회가 열리는 26일 오후 3시부터 서울지역에는 비 또는 눈(진눈깨비)이 1~4mm 정도 내리고 오후 9시께 그칠 것으로 보여 궂은 날씨 속에 촉불집회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한편, 보수단체도 이날 맞불집회를 개최한다. ‘새로운 한국을 위한 국민운동’(상임대표 송월주ㆍ이종윤ㆍ이세중ㆍ김진현ㆍ최열곤ㆍ이종덕, 집행위원장 서경석 목사ㆍ▷관련기사 클릭)은 26일 오후 3시 서울역에서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대한민국애국시민연합 회원 등 1천500여명이 모여 박근혜 대통령 퇴진 반대 집회를 개최한다. 박사모 대구본부는 이날 오후 1시부터 대구 서문시장 일대에서 헌법질서 수호를 위한 결의대회를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