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농단’ 주범인 최순실(61ㆍ구속 기소) 씨의 최측근이었다가 국정 농단 의혹을 폭로한 전(前) 블루K 이사 고영태(41) 씨가 15일 알선수재와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방법원 권순호 영장전담판사는 이날 새벽 고씨에 대해 주요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고 씨는 지인으로부터 인사 청탁과 함께 2천만원을 받는 대가로 인천본부세관장 승진 인사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으며, 투자금 명목으로 8천만원을 빌린 뒤 갚지 않거나, 불법 경마 사이트 운영에 개입한 의혹도 받고 있다.

앞서 고씨는 지난 11일 오후 검찰에 체포돼 법원에 체포적부심을 청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고 씨는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 펜싱 사브르 단체전 금메달과 개인전 은메달을 획득한 펜싱 국가대표 출신으로 최순실 씨의 측근이었다가 최씨의 ‘국정 농단’을 폭로하면서 뉴스의 전면에 등장했다.

고 씨는 2008년 가방 전문 브랜드 ‘빌로밀로’를 런칭, 2011년 말 최씨를 처음 만났고, 최 씨의 요구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가방과 의상 등을 만들면서 가까워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최씨가 K스포츠재단 관련 사업을 위해 설립한 더블루K의 이사를 지냈고, 최씨에게 CF감독 차은택(48ㆍ구속 기소)도 소개하는 등 최측근으로 지내다가 사이가 틀어지게 된 것은 2014년 말께 최씨가 맡긴 딸(정유라)의 애완견을 소홀하게 관리해 싸웠기 때문이라고 국회에서 증언한 바 있다.

고씨는 이후 최씨가 박 전 대통령의 의상을 제작하기 위해 운영한 서울 강남의 의상실에서 최씨와 윤전추 전 행정관, 이영선 경호관이 있는 장면을 몰래카메라로 촬영해 TV조선에 제보하고, 최씨가 박 전 대통령의 연설문을 고친다고 폭로하며 국정 농단 사건이 수면 위로 올라오게 한 내부 고발자에서 마침내는 최씨의 영향력을 빌려 인천본부 세관장 인사에 개입해 금품을 수수하는 자신의 개인 비리 역시 이른바 ‘고영태 녹음 파일’이 공개되면서 구속된 신세가 됐다.

검찰이 압수한 고씨의 후배 김수현(37) 씨 휴대폰에서 고씨와 통화한 내용 등이 포함된 녹음 파일 2,391개가 나왔고, 이 파일 가운데는 고씨가 최씨의 비리를 폭로하고 지인들과 함께 K스포츠재단을 차지하려고 시도한 정황이 담겨 있어 고씨의 폭로가 자신의 이권을 노린 기획된 폭로가 아니냐는 논란이 불거지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