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49ㆍ사진) 삼성전자 부회장이 12일 오전 9시30분 서울 강남구 대치동 대치빌딩 ‘박근혜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규명 특별검사(특검)’ 사무실에 피의자(뇌물공여 혐의) 신분으로 소환을 받아 출석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박영수(65·사법연수원 10기) 특별검사팀에 출석하면서 취재진의 쏟아지는 질문에 “이번 일로 저희가 좋은 모습을 못 보여드린 점 국민께 정말 송구스럽고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하며 머리를 숙였다.

이 부회장이 피의자로 조사를 받는 것은 지난 2008년 에버랜드 전환사채 사건 이후 9년 만이다.

박영수 특검팀의 이 부회장에 대한 조사는 장시간 소요될 것으로 보여 자정을 넘겨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삼성의 뇌물 의혹을 파헤치려는 특검팀의 창에 맞서 이 부회장을 변호할 삼성 측 변호인팀의 방패의 치열한 공방과 더불어 구속영장 청구 여부에 촉각이 모아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혐의는 일단 뇌물공여이지만 특검팀의 조사 결과에 따라 추가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삼성은 2015년 8월 최순실(61ㆍ구속기소) 씨가 설립한 독일 현지법인 코레스포츠(현 비덱스포츠)와 220억원 상당의 컨설팅 계약을 맺고 그해 9~10월에 35억원을 송금하고 삼성 명의로 구입한 승마 대금 43억원을 보내는 등 78억원을 송금했다.

삼성은 또 미르ㆍK스포츠재단에 204억원을 출연했고, 최 씨의 조카 장시호(38ㆍ구속기소) 씨가 운영하는 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16억2천800만원을 후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이 부회장 자신의 경영 승계권이 달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성사시키도록 국민연금의 찬성을 받는 대가로 최씨 일가에 자금을 지원했고, 이 부회장이 박근혜 대통령과 독대하면서 이와 관련한 부정 청탁을 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특검은 삼성의 최씨 측에 지원한 돈이 공금(회삿돈)을 빼돌려 사적인 용도로 썼을 경우에는 배임과 횡령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맞서 이재용 부회장과 변호인단도 최씨 일가에 대한 지원은 압박과 강요에 의한 것이라는 주장을 펼칠 것으로 보여 밤늦게까지 조사가 진행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