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의 ‘비선 실세’로 국정 개입 농단 의혹사건의 중심에 서 있는 최순실(60ㆍ구속기소) 씨가 19일 열린 첫 재판에 출석해 검찰의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검찰이 최씨에게 적용된 혐의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와 강요·강요미수, 사기미수 등이다

국민적 이목이 집중된 최순실 씨의 첫 재판 출석은 이날 오후 2시10분께 서울중앙지방법원 417호 법정에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렸으며, 불과 어제까지만 해도 공판준비기일은 정식 재판에 앞서 재판의 쟁점과 향후 재판 절차 등을 논의하는 자리로 피고인이 직접 출석할 의무는 없다는 점에서 최씨가 불출석할 것이란 관측도 나왔었다.

하지만 이날 오전에 최씨의 출석할 것이라는 소식이 변호인을 통해 전해지면서 언론은 물론 국민들의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면서 첫 재판 출석 모습과 법정에 들어서는 최씨의 모습은 공중파와 종편채널에서 생중계됐다.

법원에서도 이같은 국민적 관심사인 점을 감안해 이례적으로 재판부가 입장해 개정 선언을 하기 전까지만 취재진의 법정 촬영을 허용했다.

최씨는 아이보리계열의 옅은 녹색의 수의(囚衣) 차림에 안경과 마스크를 쓰고 호송차량에서 내렸고, 법정에 들어설 때는 마스크를 벗고 고개를 숙인 채로 피고인석에 앉았다. 온 나라를 떠들썩 하게 만든 최씨가 수의를 입은 모습이 처음으로 공개되는 순간이었다.

최씨가 입은 수의 왼쪽 가슴에는 수용자 번호표인 노란색 바탕에 ‘서울 ㉯ 628’이란 글씨가 적혀 있었고, 최씨의 오른쪽 가슴에는 수용장소를 뜻하는 노란색 바탕에 검은색 글씨로 ‘1상12’라고 적혀 있었다.

최씨가 법정에 들어선 뒤 피고인석으로 가서 앉은 모습까지만 TV로 생중계됐다.

이어 검찰이 “최씨가 안종범, 대통령과 공모해 범행을 했다”는 요지의 공소사실 낭독에 이어, 최씨가 “국민참여재판은 원하지 않고, 철저한 규명을 원한다. 증거 인멸 지시한 것 없고 사무실 정리만 지시 했을 뿐이다. 자기 증거를 인멸한 것은 죄가 안된다. 대통령ㆍ안종범(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ㆍ구속기속)과 공모한 적 없다. (검찰)조사를 받아보니 내 죄가 아니었다. 합당한 죄를 치르러 귀국했다” 등등 최씨와 최씨 변호인의 진술 내용이 주요 언론마다 속보로 쏟아내며 “검찰 공소사실 11개 중 8개를 부인했다”는 내용을 주요 뉴스로 다뤘다.

이어, 최씨 변호인인 이경재 변호사는 이날 1시간 30분 동안 첫 재판이 어떻게 진행됐는지 등에 대해 취재진에게 설명하고 일문일답을 하는 것도 TV 생중계로 전해졌다.

다음은 최씨 측 변호인 이경재 변호사가 첫 재판에 대해 설명한 내용 전문(全文).

오늘 변호인 최서원(최순실 씨의 개명후 이름)의 변호인으로서 얘기를 중점적으로 한 부분은 역시 문제가 되고 있는 공모관계이다.

피고인과 안종범 수석, 대통령 간에 3자 공모가 있었느냐, 없었느냐 이 점에 대해서 공모가 없었다는 점을 강조를 하고 이 점에 대한 철저한 입증이 또 심리가 있기를 기대하면서 말씀을 드렸다.

그리고 국정 농단의 결정적인 증거라고 제시된 태블릿PC에 관해서 저희들이 검찰에서 실물을 보여주지 아니해서 중고시장에서 실물을 하나 구했다. 그랬는데 태블릿PC에 관해서는 법원 측의 감증이 필요하다는 이유를 상세히 설명했다.

그래서 재판부는 JTBC가 검찰에 제공했다는 태블릿PC에 대한 감정 채택 여부에 대해서 조만간 결정을 하리라고 생각된다. 아마 이 부분은 감정이 채택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이에 대해서 태블릿PC는 정호성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에만 있고 최에 대한 공소사실은 없으니 최의 변호인이 이걸 주장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로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렇지 않다.

이것은 최의 전체 범죄사실에 관해서 양형에 지대한,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이 점을 강조를 했다.

그리고 검찰의 수사 과정에서 여러 가지 바람직하지 않은 수사 방식이 있었다는 점을 말씀드렸다. 그리고 다음 기일에 본격적으로 변호인 측에서 법률상, 사실상 문제점에 관해서 자세하게 말씀드리고 나름대로 입증 계획까지 밝히려고 한다.

기자분들이 잘 아시다시피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이 11개로 구성되어 있다. 그 가운데 8개는 대통령과 안종범 수석, 피고인 3자 공모 형태로 돼 있다.

그래서 3자 공모가 없었다는 것이기 때문에 8가지 범죄에서는 전부 공모 자체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범죄사실이 인정되지 않는다. 그리고 안종범 수석과 피고인 간에 2자 공모가 하나 더 있다.

그 부분 역시 안종범 수석과 피고인은 서로 알지 못하는 사이이기 때문에 공모사실이 인정되지 않는다.

그 다음에 사기 미수 부분은 연구용역에 대해서 신청을 했는데 용역제안서를 받아본 업체가 이걸 채택하지 않았다고 사기미수로 돼 있다. 이건 근본적으로 민사 문제이기 때문에 범죄사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거다.

그 다음에 차은택 사무실에 있는 컴퓨터를 파기했다는 부분이 있다. 이 부분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기 때문에 전반적으로는 인정되지 않는다는 그런 취지이다.

다음은 취재진과 이경재 변호사의 일문일답 내용.

- 11가지 전부 부인하시는 건가?
△전반적으로 그렇다고 본다.

- 모든 혐의를 부인하는건가?
△이걸 모두 혐의라고 해야 될지 모르겠는데 공모관계 부분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 대통령과의 공모관계도(부인하는 건가)?
△사실이 아니다.

- 독일에서 들어올 때는 잘못했다 이렇게 하다가 갑자기 검찰 공소 사실 이후에는 부인한 이유가 뭔가?
△부인이라는 것이… 현재 본인이 얘기하는 거하고 법정에서 변호인이 공소사실에 대해서 어떤 부분은 인정하고, 어떤 부분은 인정하지 않고 있는 부분은 완전히 법리적인 판단에 관한 문제이다. 그래서 이 부분을 같이 함께 섞어서 얘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 최순실 씨가 범죄 혐의에 대해 인정하는 부분이 있나?
△지금 취지가 무슨 취지는지 모르겠다.

- 법리적으로 부인을 하는 것인지 아니면 사실관계는 인정하는 것인지?.
△자세한 부분은 다 얘기했기 때문에….

- 사실관계는 인정한다는 취지인가?
△지금 이렇게 간단하게 얘기할 수 있는 성질이 아니다. 공소장만 하더라도 무려 26페이지에 달하고 오늘 제가 제출한 의견서만 해도 30여 쪽에 달한다. 그래서 여기서 이것은 그렇게 간단한 명제를 가지고 얘기할 수 없다.

- 일부 인정하는 사실관계는 있는 것인가?
△그러니까 질문을 그렇게 하지 마시고 어떤 사실에 대해서 얘기를 한번 해 보라.

- 사실관계 전부를 다 부인하는 건가?
△사실관계라는 게 어떤 사실관계라는 것인지.

- 공소장에 나와 있는 사실관계가 있지 않는가? 그 사실관계를 다 부인하시는 건?
△그런 면에서 답을 하지 않겠다.

한편, 최순실 씨가 첫 재판은 공판준비기일로 주요 쟁점과 입증 계획 등을 논의하는 자리인 관계로 피고인이 꼭 출석할 필요는 없는데도 불구하고 법정에 나온 것은 향후 재판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는 최씨가 이날 첫 재판에서 공소사실을 전부 인정할 수 없으며, 독일에서 왔을 때는 어떤 벌이든 달게 받겠다는 생각이었지만 (검찰)조사를 받아보니 자신의 죄가 아니었고 이제는 재판에서 정확한 것을 밝혀야겠다고 법정에서 말한 것과도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법원은 오는 29일 오는 29일 오후 2시10분에 다시 공판준비기일을 열기로 한 가운데 최씨는 계속해서 재판에 출석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