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성완종 리스트와 녹음파일(녹취록)이란 깊은 늪에 빠져 향후 진실게임을 둘러싼 공방과 더불어 불똥이 어디까지 튈지 가늠하기조차 어려운 지경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9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이완구 국무총리에게 3천만원의 선거자금을 건넸다는 내용의 녹취록이 추가로 공개됐다.

성 전 회장이 숨지기 전인 지난 9일 오전 6시깨부터 50분 남짓 단독 전화 인터뷰를 한 경향신문은 14일 오전 추가 녹취록을 토대로 “성 전 회장은 인터뷰에서 허태열·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홍문종 의원에 이어 이완구 총리를 네번째 ‘돈 받은 사람’으로 언급했다”면서 “지난번에 (2013년 4·24 부여·청양) 보궐선거 때 선거사무소도 가서 한나절 정도 있으면서 3000만원 주고…. …. 다 이렇게 인간관계를 형성해서 무슨 조건이 있고 그런 것도 아니고 회사 돈 빌려다가 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성 전 회장은 또 “사정 대상이, 사정을 당해야 할 사람이 거기가 사정하겠다고 소리 지르고 있는 사람이 이완구 같은 사람이고 사정 대상 1호”라고 말했다고 경향신문은 녹취록 내용을 공개했다.

이와 관련, 이완구 총리는 이날 아침 출근길에서 만난 기자들에게 “돈을 받은 사실이 없다”며 “(돈을 받았다고) 명명백백 드러난다면 (총리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일 북한산 형제봉 부근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된 성 전 회장의 주머니에서 발견된 55자(字)의 메모지에 적힌 8명 가운데 이완구 총리 이름도 적혀 있었으나 돈 액수는 적혀 있지 않았었다.

이 총리는 어제(13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정청래 의원이 ‘단돈 만원도 받은 것 없습니까?’라고 묻자 “네”라고 답한데 이어, ‘하늘에 맹세합니까?’라고 하자 “네. 한 푼도 안 받았습니다”라며 성 전 회장과 경남기업으로부터 한 푼도 받은 적이 없다고 답변했다.

이날 이 총리는 성 전 회장이 숨지기 전에 만났던 것으로 알려진 이용희 태안군 의회 부의장, 김진권 전 태안군의회 의장 등에게 지난 11일 새벽 시간 15차례에 걸쳐 전화를 걸어 성 전 회장과의 대화 내용을 캐물은 사실이 드러나 곤욕을 치렀다.

이 총리는 전화를 건 이유에 대해 “전화를 하다 여러 번 끊어졌다. 실제론 3~4통 했다, 어떤 사건에 연루됐는데 의원님이 잘 아는 사람이 이거 관련해서 언론에 말했다면 전화해봐야 하지 않겠나”고 해명했다.

이 총리는 성 전 회장으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고 나눈 대화 내용에 대해서는 “3월 22일경으로 기억됩니다만 고인으로부터 처음이자 마지막인 전화를 받은 거 같은데 억울하고 미흡한 게 있으면 검찰에 가서 상세히 밝히라고…” 말했다고 했다.

지난 9일 숨진 성완종 전 회장이 남긴 리스트와 녹음파일(녹취록)은 태풍의 눈이자 블랙홀로 엄청난 폭발력을 장착한 채 ‘살아 움직이는 생물’이라는 정치권을 발칵 뒤집어 놓으며 숨을 죽이게 하고 있다. 이로 인한 가장 치명적인 데미지는 정치권을 향한 국민의 불신(不信)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