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리퍼트(42·사진) 주한 미국대사가 5일 오전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조찬 강연에 참석했다가 진보성향 문화단체 대표가 휘두른 흉기에 오른쪽 얼굴 부위와 왼쪽 손목 부위 등에 큰 부상을 입었다.

리퍼트 대사는 강북 삼성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가 현재는 세브란스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봉합수술)를 받고 있으며,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라퍼트 대사의 피습사건은 YTN 등 국내 주요 언론이 긴급 뉴스로 일제히 보도했다. 특히 동맹국에 주재하는 미국 대사가 테러를 당한 것은 처음이어서 한미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해서도 예의주시하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주요 언론에 따르면 리퍼트 대사는 이날 오전 7시40분께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주최 조찬 강연회에 참석해 강의를 준비하던 도중에 한 남성에 의해 흉기로 피습을 당했다.

흉기를 휘두른 이 남성은 진보성향 문화운동 단체인 우리마당 독도지킴이 대표인 김기종(55) 55)씨로, 미리 준비한 25㎝ 길이의 흉기를 들고 리퍼트 대사에게 다가가 휘두른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현장에서 붙잡혔으며, 경찰은 김씨에 대한 조사를 마치는 대로 살인 미수 또는 흉기 등 소지 상해죄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한다는 방침이다. 김씨는 지난 2010년 7월에도 주한 일본대사에게 콘크리트 조각을 던진 혐의(외국사절 폭행)로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받은 전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는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피습 사건과 관련, 대변인 성명을 통해 “정부는 금일 아침 마크 리퍼트 주한미국대사에 대한 가해 행위가 발생한 데 대해 충격을 금치 못하며 이를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외교사절에 대한 이러한 가해 행위는 어떠한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으며, 특히 우리의 가장 중요한 동맹국인 미국의 대사에 대해 자행되었다는 점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또 “정부는 금번 사건의 진상을 철저히 조사하여 이에 따른 조치를 엄정히 취해 나가고, 주한 외교사절의 신변 안전과 외교공관 및 시설 안전을 보호하기 위하여 더욱 만전을 기해 나갈 예정”이라며 “마크 리퍼트 대사의 조속한 회복을 기원하며, 가족들에게 심심한 위로의 뜻을 표명한다”고 덧붙였다.

미국 국무부도 마리 하프 부대변인을 통해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피습 사건에 대한 규탄 성명을 발표했다.

마리 하프 부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리퍼트 주한 대사가 한국시간 5일 오전 서울에서 연설에 참석했다가 공격을 당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우리는 이러한 폭력 행위를 강력하게 규탄한다(We can confirm that U.S. Ambassador to the Republic of Korea Mark Lippert was assaulted Thursday morning in Seoul while giving a speech. We strongly condemn this act of violence)”고 밝혔다.

이어 “리퍼트 대사는 현재 근처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부상이 생명에는 큰 지장이 없으며, 주한 미국 대사관은 현지 법 집행 기관들과 협력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고, 지금은 더이상 언급할 게 없다(The Ambassador is being treated at a local hospital. His injuries are not life threatening. Embassy Seoul is coordinating with local law enforcement authorities. We do not have any additional details to share at this time)”고 덧붙였다.

한편, 리퍼트 대사는 상원의원 당시 오바마의 보좌관으로 일했고 대통령 당선 후에도 백악관 국가안보위원회 비서실장,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차관보, 국방장관 비서실장 등을 지낸 최측근으로 알려지고 있다.

<↓추가 업데이트>

다음은 마크 리퍼트 미국 대사의 수술을 담당한 세브란스병원 정남식 연세의료원장 브리핑 내용.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는 오늘 오전 9시30분 세브란스 병원에 도착하여 바로 수술을 받았습니다.

성형외과 유대현 교수님과 정형외과 최윤락 교수님의 집도로 10시부터 12시30분까지 2시간30분여 동안 수술이 진행되었습니다.

수술은 매우 성공적으로 진행되어 현재 상태가 안정적이며 병실에서 현재 간호를 받고 있습니다.

얼굴 상처는 오른쪽 광대뼈에서 아래턱까지 길이 약 11cm, 깊이 3cm 정도입니다.

다행히 안면 신경이나 침샘 부위 등의 주요 부위의 손상은 없었습니다.

왼쪽 팔 전완부는 안쪽과 바깥쪽에 약 2cm의 관통상과 힘줄 근육 2개가 부분 파열되었습니다.

특히 척골 감각신경부에 손상이 있어서 신경접합술을 성공적으로 시행하였습니다.

얼굴에는 약 80여 바늘을 꿰맸습니다. 얼굴 흉터와 손 감각 이상 후유증이 앞으로 예상이 됩니다.

앞으로 리퍼트 대사의 상태를 지켜봐야 알 수 있겠으나 최소 3 내지 4일 동안은 입원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이어, 의료진과의 일문일답 내용.

강북삼성병원에서 CT까지 찍은 상황에서 평소 우리 병원에서 사모님도 치료를 받고 친분이 있어서 옮기기로 결정을 했으며, 강북삼성병원에서는 제일 중요한 지혈을 했고, 상처가 꽤 깊고 경독맥이나 아주 중요한 곳은 다치지 않았지만 그걸 지혈하고 진단하는데 거기서 CT를 먼저 찍고 같이 삼성병원장님하고 의논을 하면서 진행을 했다. 서로 합의 하에서 합리적으로 진단과 치료를 시작했다.

수부 손상하고 얼굴 손상에 대해서 두팀으로 같이 들어가서 동시에 수술을 진행을 했다. 각 팀이 2시간 반 정도 걸렸기 때문에 사실은 한 5시간 정도 걸리는 수술인데 2시간 안에 모든 것을 성공적으로 끝낼 수가 있었다.

얼굴에 대해서 말씀을 드리면 광대뼈 부위에서 턱 밑까지 한 11cm 정도의 깊은 상처였는데 정말 천우신조로 주요한 신경과 또 침샘 같은 것을 모두 빗겨나가서 다행히 기능에는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생각이 된다.

다만 상처가 칼로 긋는 과정에서 위쪽은 조금 얕았고 아래쪽은 굉장히 깊었다. 그래서 아래쪽으로 조금만 더 내려갔으면 경동맥 있는 데인데, 그 부위를 피할 수가 있어서 다행이긴 했지만 아마 대사님이 테러당하시면서 움직이셨던 모양이다. 그래서 아랫쪽은 상처가 깨끗하지 않아서 이번에 수술을 하면서 그 부분도 다시 일반 성형을 하면서 좀 흉터도 최대한으로 적게 남길 수 있도록 노력을 했다.

그래서 얼굴에 대해서는 큰 기능적인 후유증은 없을 것으로 예상이 되고, 다만 흉터에 대해서는 전혀 없는 것처럼 없어지지는 않겠지만, 1, 2년 정도 지나면 희미해져서 눈으로 봐서는 거의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서 시술을 하였고 또 결과도 지금까지는 상당히 좋은 것으로 생각이 된다.

환자의 심리상태는 대사님의 주변에서 다 당황하셨는데 대사님은 당당하셨다. 말도 어떻게 했으면 좋겠느냐, 주치의하고. 평소에 아니까. 아주 놀랍게도 우리는 당황했는데 대사님은 아주 침착하게 자기 치료를 결정하셨다.

<↓추가 업데이트>

피습을 당해 수술을 받은 리퍼트 대사는 이날 오후 4시35분께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아내) 로빈과 (아들) 세준이, (애견) 그릭스비와 저는 지지에 깊이 감동을 받았다. 한미동맹의 진전을 위해 최대한 가장 이른 시일 내에 돌아올 것!”이라고 전한 뒤 한국어로 “같이 갑시다!”라는 말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