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ㆍ칼럼

더부천 사설
토요&월요 칼럼
스크린 이야기
건강 칼럼
논평&칼럼
기고
토요창(窓)
더부천 칼럼
민화(民畵) 칼럼
몽탄산말

탑배너

◇토요 창(窓)- ‘2005년 텃밭일기- 봄’
 
더부천 기사입력 2006-05-13 16:39 l 이말순 원장 조회 6009
| AD |
#.텃밭 알아보기

올해 텃밭은 텃밭 할아버지와의 눈치작전(?)으로 시작됐다. 지난해 시설이사인 세연네가 지역 연고를 이용하여 임대료 적게 드는 다른 텃밭을 최대한 찾아보았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그나마 하던 텃밭이나 그냥 해야 되겠다고 할아버지께 인사를 드리러 갔다. 명절 끝이라 재정 사업하던 복분자술 한 병을 들고 갔다. 할아버지는 땅과 집을 팔 생각이기 때문에 우리와 계약했다가 우리에게 피해를 입힐까봐 염려가 된다고 하셨다. 세연 아빠와 나는 일단 임대료를 올릴 생각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고 안심하고 나왔다. 그러나 결국 할아버지는 돌아서서 ‘물 값 인상’을 대대적으로 감행했다.

말씀인즉 텃밭 이랑에 작물을 심고 까만 비닐을 씌워야 수분 증발도 막고 풀도 못 자라게 된다는데, 그것을 거절하니 물값이 더 든다는 것이다. 텃밭에 비닐을 씌우면 썩지 않는 비닐쓰레기도 생태 환경적으로 문제거니와 아이들이 밭에 가서 흙을 만져볼 수 없어서 안된다는 것이 내 주장이었는데, 밭농사를 주업으로 하시는 할아버지 입장에선 호강에 겨운 낭만으로 비쳤을 것이다.

그래서 어쨌든 공동육아 협동조합 산어린이집(이하 ‘산집’)은 올해도 텃밭에서 자라는 감자와 열무와 상치를 가꾸어 먹을 수 있게 됐고, 아이들은 무당벌레와 지렁이, 땅강아지와 굼벵이들을 만나며 한 해를 보낼 수 있게 됐다.

#.감자심기

3월말경에 아빠들이 밭을 일구어 거름을 뿌려주었고, 아이들과 감자를 심었다. 몇 년씩 감자를 심어 본 아이들이나 올해 처음 온 아이들도 텃밭에선 아주 적극적인 것이 늘 놀라웠다.

아이들이란 ‘자기가 직접 해보는 것’에 대해 대단한 자긍심을 갖는 것 같다. 옹골찬방(6세)에 새로 들어온 부길이, 진호, 정륜이, 현이도 의외로 관심을 많이 보였다. 옹골찬 한결이와 희상, 지영이는 날 씨감자도 어떻게 좀 먹어볼 수 없을까 궁리를 했다. 씨눈 없는 쪽으로 골라 잘라주니 맛있다며 먹었다. 언젠가 땡감 먹던 한결이를 체한다고 뺏어버려 울린 기억이 떠오른다. 해롭지만 않다면 맛이 좀 없는 것쯤이야 무슨 상관이랴!.

아이들과 흙을 만져서 둔덕이 낮게(둔덕이 낮아야 물이 덜 든다고 함) 이랑을 만들어 감자를 잘라서 심었다.

‘감자 씨는 묵은 감자/ 칼로 썰어 심는다 / 밭 가득 심고 나면/ 날 저 물어 달 밤 / 감자는 아픈 몸/ 흙을 덮고 자네’ 라는 묵은(?) 노래를 불러주었다. 이 노래만큼 ‘산집’ 아이들이 즐겨 부르는 노래도 없는 것 같다. 만화 주제가 빼고 지속적인 인기를 유지하는 1순위곡쯤 될 것이다(한번 조사해 봐야겠다).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음률은 아이들도 알아본다. 감자들이 노래를 듣고 더 잘 자랄 것이라고 이야기 해주었다.

#.씨앗뿌리기

일주일 쯤 지나 4월 초에 텃밭에 가보니 감자 싹이 파릇하게 올라왔다. 지영이와 세연이가 반가워하며 손을 잡아 끌고 사진을 찍어두라고 한다. 오래 다닌 아이들은 사진 찍는 의미도 파악한 듯해서 웃음이 났다.

쇠뜨기 아이들, 규범, 규진, 지수, 정민, 세연, 이랑이, 채은이는 밭의 흙을 고르며 자신들을 일개미에 비유했다. 나름대로 자연을 탐색하고 있던 준택, 유림, 형준이, 규진이는 졸지에 집 지키는 병정개미가 됐다. 아이들은 휘교와 용화에 대해서는 무엇을 하던, 상관하지 않고 이해해 준다. 휘교는 텃밭을 휘~ 둘러보고는 텃밭 밖으로 나가고, 용화는 텃밭구경을 하다가 주저앉아서 흙을 모래처럼 솔솔 뿌리며 만지며 논다.

상추와 열무, 아욱, 배추씨를 뿌렸다. 씨 뿌리고 나니 다음날 마침 비가 내렸다. 텃밭에 갈 땐 통합활동으로 ‘도글이(3세)’부터 쇠뜨기(7세)까지 모두 다닌다. 도글, 당실(4세) 동생들은 주로 구경하고, 맛보고, 막대기를 주워 놀곤 한다. 예준이는 긴 막대기를 찾아서 그저 들고 다니는 것으로 만족한다. 하긴 서너살박이들이 거리가 꽤 되는 텃밭에 왔다가는 것만도 힘에 부칠 것이다.

쇠뜨기와 덩더쿵 등 더 많은 아이들이 ‘장금이네집’ 담장으로 들어가 탐색작업을 한다. 사당을 모셔 놓은 곳이라 정문으로 못 들어가고 늘 샛문(?)으로 들어가야 하는지라 교육적인 면에서 애로가 좀 있기는 하지만, 붉은 수피의 구불구불한 우리나라 ‘참솔’이 있고, 대학로에 즐비한 ‘마로니에’ 나무도 볼 수 있다.

아이들은 키 큰 나무들은 관심이 없고 그 안에 사는 온갖 바닥을 기는 벌레들을 발견하는데 목적이 있다. 벌레들의 생김새에 대한 신기함, 작은 것에 대한 애잔함(어떤 아이들은 가끔 공포를 느끼기도 하지만), 금지구역에 들어간 호기심이 발동해서 한참을 탐험하다 나온다. 그곳은 우리 외엔 인적이 닿지 않기 때문에 자연림 그대로가 보존된 성주산의 밀림이다.

#.열무솎기

씨앗을 뿌려놓고 두 주 정도가 지났는데, 텃밭 할아버지가 열무 솎아가라고 성화를 하셨다. 정말 땅은 사람을 속이지 않는다. 딱 우리가 뿌린 그대로, 무질서하게 열무, 배추들이 다닥다닥 붙어서 자라고 있었다.

열무 솎는 것을 보고 현이가 한마디 거든다. “두레박, 이거 오늘 우리 먹을 거 해가는 거 같애”라고. 옆에 있던 정륜이도 양손으로 덥석 잡더니 그냥 뽑아버린다. “이런 건 기계로 뽑으면 되는데….”라면서.

엄마와 ‘분리 불안’만 빼면 정륜이는 또래에선 석학이다. 오이(교사)가 아이들에게 열무를 뜯어 먹어보게 하니 쇠뜨기들은 맛있다며 먹는데, 희태(네살)에게도 열무를 먹어보라고 내밀자 희태는 고민에 빠졌다. 그날 상추, 배추, 아욱, 열무 등을 엄청 솎아서, 금방 겉절이를 해서 먹었다.

#.열무 뽑기

5월엔 햇볕이 좋아서 작물이 쑥쑥 자란다. 감자 잎이 무성해지고 잎에는 무당벌레가 날아 다녔다. 무당벌레를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다. 한두 마리도 아니고, 엄청난 수의 28점 무당벌레들이 앉아 있었다. 아이들 앞에서 죽여도 되는 생명이 있다고 말할 수는 없지 않은가.

현장 학교때 생태 나들이나 텃밭 가꾸기 교육을 하면 꼭 이런 생명에 대한 질문이 나온다. 그럴 땐 과감하게, 너무 고민하다간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고 말하지만, 분별력이 아직 없는 아이들 앞에서는 말하기가 쉽지 않다. 벌레 잡는데 도사는 희상이다. 그날도 비닐봉지 가득 무당벌레를 잡았다.

감자는 무당벌레 등쌀에도 불구하고 하얀 꽃을 피웠다. “자주 꽃 핀 건 자주 감자/ 파 보나 마나 자주 감자/ 하얀 꽃 핀 건 하얀 감자/ 파 보나 마나 하얀 감자”라는 노래를 불러주었다.

그리고 잎의 반은 벌레 먹은 배추와 제법 무가 달린 알타리를 몽땅 뽑아 왔다. 열무를 뽑아야 한다니까 얼마나 일들을 열심히 하던지… 개미군단의 힘이 대단했다. 네 이랑의 열무를 뽑는데 30분도 안 걸렸다. 아이들은 봉지 봉지에 자기들이 뽑은 것들을 들고 왔다. 제법 무거운 것을 진환이, 한남이, 준석이도 낑낑대며 끝까지 들고 오는 것을 보면 아이들의 저런 힘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동네 사람들이 혹시 교사들을 유아노동착취자(?)로 보지 않을지 모르겠다.

우리가 텃밭활동을 하는 사이 송내동 인근의 어린이집 아이들이 나들이 다니는 모습을 가끔 만난다. 그 아이들은 주로 줄을 서서 산책하듯 지나가는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산집’ 아이들은 벌레 잡느라 흙바닥을 기거나 때로는 꼬마농부처럼 땀 흘려 일하는 모습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아이들이 자라 어른이 됐을 때, 지금의 체험은 그들의 기억 속에 어떤 의미로 남아 있을까.
배너
배너
배너
배너
<저작권자 ⓒ 더부천(www.thebucheon.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부천시민과의 정직한 소통!… 부천이 ‘바로’ 보입니다.
인터넷 더부천 www.thebucheon.comㅣwww.bucheon.me
댓글쓰기 로그인

사설ㆍ칼럼
등록된 기사가 없습니다

2020윈터스쿨

  • 2020윈터스쿨
· [코로나19] 신규 확진 126명ㆍ누적 2만..
· 제8대 부천시의회 후반기 의장에 3선 ..
· 정부, 서울권역 등 수도권 주택공급 확..
· 경기도, 인터넷ㆍ스마트폰 과의존 자녀..
· 경기도 대표도서관 공식 명칭 ‘경기도..
· 김명원 도의원, “지방채 발행 경기도..
· [코로나19] 부천 남부교회 관련 누적 ..
· 부천원미경찰서, ‘기업형 오피스텔 성..

  • 臾댁<씠留덉궗吏
  • 怨좎뼇誘명똿
  • 以묎뎄異쒖옣꺏
  • 꽦룞異쒖옣뾽냼
  • 넚뙆쑕寃뚰뀛
  • 뿬怨 꽦씤留뚰솕
  • 룞몢泥쒖텧옣븘媛뵪
  • 삦遊됰룞븞留
  • 二쇱븞뿭븞留
  • 遺궛뿄똿
  • 蹂댁援곗텧옣씠誘몄궗吏
  • 냼룄룞븞留
  • 룊李쎌꽦씤異쒖옣留덉궗吏
  • 꽦궓留덉궗吏 꽦궓異쒖옣꺏
  • 쑀利덊븯 씪吏
  • 怨좊벑븰깮 꽕엫뱶誘명똿궗씠듃 媛뒗諛⑸쾿!
  • 솴긽룞븞留
  • 援먮━븞留
  • 꽌룞깂뿭븞留
  • 룞옉異쒖옣씠留덉궗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