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전 9시 제주국제공항에 도착, 9시30분에 제주시 영평동 2261번지에 있는 양지공원까지 버스로 30분 밖에 걸리지 않았다. 5.16도로를 타고 제주 의료원과 노인전문병원을 지나 제주정보대학에서 불과 500여m 떨어진 곳에 제주시 양지공원이 위치해 있었다.
5.16도로에서 300m 들어온 지점에 들어선 양지공원은 화장장과 납공당 시설을 갖춘 장사시설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로 잘 꾸며놓은 공원같았다.

제주시 양지공원은 부지 2만9천957㎡에 50억여원을 들여 지난 2002년 5월 완공됐으며, 연건축 면적 2천362㎡의 광역화장장은 자동시스템 화장로 5기와 분양실, 유족대기실 등을 갖추고 있고, 700㎡ 규모의 납골당은 유골 8천390위를 안치할 수 있는 안치소와 고인에게 추모의 글을 남길 수 있는 사이버 추모실 등을 갖추고 있다.

주민들은 양지공원에 도착해 잠깐 쉬면서 대화를 나누는 자리에서 역곡1동에서 온 한 주부가 ‘자신은 시립 추모공원 건립을 반대한다’고 소개하며 “주변경관이 빼어나고 공원처럼 잘 꾸며 놓았지만 제주도와 춘의동은 환경적으로 차이가 나기 때문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주민은 “추모공원이 들어서면 이곳처럼 녹지 보존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되받았다.

주민들은 잠깐 동안 대화를 나누는 사이에 속내들 털어 놓기도 했다. “추모공원이 들어서면 집값도 떨어지고 동네 이미지도 좋지 않고… 역곡동은 원미구에서도 가장 낙후된 곳으로 시가 그동안 해준 것도 없이 혐오시설을 들여놓겠다는데 누가 좋아 하겠느냐”고 지역 불균형 문제를 지적했다.

다른 주민은 “맞는 말이지만 무조건 뼛가루 날리고 정수장 옆에 화장장은 안된다는 식으로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할 게 아니라 지역발전을 위한 인센티브를 요구하기 위해서라도 시와 대화 창구를 열어 놓아야 지역발전을 도모하는데 바람직할 것”이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또 다른 주민은 “지금 동네 민심이 워낙 사나워서 그런 말을 하면 왕따 당하기 쉽상”이라고 말했고, 누군가는 “인센티브 제시하면 건립을 허용하는 것인데 반대투쟁을 하고 있는 마당에 주민들이 그런 말을 먼저 꺼낼 순 없고, 시가 먼저 지역발전 청사진을 제시해야 하는거 아니냐”고 말했다.

잠깐 사이에 시립 추모공원 건립추진에 따른 찬반 논란이 집약된 셈이다.

10시20분 양지공원 관리사업소 조철수 소장의 안내로 홍보실에서 ‘새롭게 변화하는 장묘문화’라는 제목의 홍보용 VTR을 시청한 뒤 양지공원에 대한 간략한 설명과 일문일답이 있었다.

조철수 소장은 “제주도는 해마다 제주종합경기장의 4배인 7만5천900여㎡의 토지가 묘지로 잠식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국제적 관광명소 제주가 매장 및 개인 납골묘지가 우후죽순 생겨날 경우 자연환경과 미관 훼손이 우려돼 매장 중심의 장묘문화를 화장문화로 전환이 시급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화장장과 납골당을 갖추고 있지만 제주로 관광오는 사람들 중에는 공원으로 착각하고 방문하는 경우도 있다”며 “추모공원은 혐오시설이 아닌 꼭 필요한 시설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화장할 때 정말 연기가 나지 않고 냄새가 나지 않느냐’고 묻자 “무연, 무취시설”임을 강조했다. 한 주민이 ‘인천에 있는 부평화장장을 가보니까 냄새도 나고 연기도 나오는 것같더라’고 되묻자 “2002년 이후 개장된 국내 모든 화장장은 무연·무취시설”이라며 “직접 눈으로 보고 확인하면 입증될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참고로 인천시 광역화장장(부평구 부평2동 소재)은 1977년도 설치됐으며, 화장로 8기를 갖추고 있다.

조철수 양지공원 관리사업소장은 “건립 당시에는 반대 목소리가 있었지만 친환경시설로 건립해줄 것을 요구해 당초 30억원의 예산에서 20억원을 추가해 화장장을 돔형식으로 예술적인 면과 조형적인 면을 고려해 건립했다”면서 “하루에 3~4기 정도 화장로를 가동하고 있고, 화장에서 냉각까지 소요시간은 2시간 정도로 예약제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주민들은 추모의 집(납골당)으로 이동, 깨끗한 내부시설과 유족들이 고인을 추모하기 위해 갖다놓은 갖가지 화려한 꽃들과 사진 등으로 장식된 유골 안치실을 둘러보았다.

화장로가 가동중인 화장장으로 발길을 옮기는 도중 양지공원 관리사업소장은 “연기가 나오는지 확인해 보라”며 화장장 지붕을 가리키자 주민들의 시선이 모두 그곳으로 모아졌으나 연기가 피오르는 흔적조차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리고 화장장으로 들어서 관망실과 수골실 등을 둘러보는 동안 어디에도 냄새를 감지하는 주민들이 없었다.

양지공원 관리사업소측의 말대로 2002년 이후 건립된 화장장시설이 ‘무연·무취시설’이라는 것을 이날 견학에 참가한 모든 사람들이 직접 보고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제주도는 도시가스를 사용하지 않아 경유를 사용하는데도 연기조차 나지 않는다는 사실에 ,도시가스를 사용하는 부천시의 경우는 냄새 걱정, 연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양지공원 관리사업소장은 거듭 강조했다.

양지공원 납골당과 화장장 시설을 모두 둘러본 주민들은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 전에 각자의 소감을 밝히는 등 대화를 나누었다.

한 주민은 “냄새도 안나고, 연기도 나지 않는데… 반대여론이 워낙 거센 탓에 동네 가서는 여러 사람들 앞에서는 말을 못할 것같다”고 말했고, 다른 주민은 “이제는 반대투쟁을 하는 사람들도 ‘뼛가루 날린다’는 말은 하지 말고 지역발전을 위한 인센티브를 챙기도록 시와 협상을 본격적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말을 꺼내기도 했다.

역곡1동의 한 주민은 “수주로에서 안동네 입구쪽 도로 확장도 시급하고 고등학교 신설도 조속한 시일내에 해야 하며 역곡 북부역 확장도 해야 한다”며 “시에서는 복지회관과 도서관을 건립해준다는 말이 들리는데 시가 먼저 주민들에게 지역발전 청사진을 제시해도 좋을 것같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또 다른 주민은 “지금 반대하는 사람들이 추모공원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왜 하필이면 우리 동네 근처에 들어서느냐’는 피해의식이 크다는 사실을 부천시도 알아야 한다”며 “추모공원 건립부지에 따른 심리적인 문제가 작용하는 만큼 ‘역곡동 주민들은 반대만 한다’는 식으로 코너로 몰아가지 말고 대다수 지역주민들을 대상으로 추모공원 시설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지역발전 인센티브를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가 반대투쟁위원회만 의식한 나머지 말없는 다수의 주민들까지 외면하지 말고 ‘선(先) 인센티브 제시, 후(後) 주민 협의’에 주저해선 안된다는 일침이었다.

한 주민은 “시립 추모공원이 최첨단, 최신 시설임을 막연히 강조하지 말고 구체적으로 기술적인 데이터를 제시하는 노력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주민들의 시립 추모공원에 대한 이런저런 대화는 버스로 이동할 때와 점심식사를 하는 동안에도 짬짬이 이어졌다.

대체적인 진단은 시립 추모공원 춘의동 건립부지 인근 역곡동 주민들의 반대여론을 더이상 외면하지 말고, 부천시가 주민들에게 추모공원 건립 일정과 맞춰 실현 가능한 지역발전 청사진을 제시하고 대화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날 견학에 참여한 주민들은 하루 일정의 견학을 마치고 제주국제공항으로 향하는 버스안에서 추모공원 추진위원은 부천시의 장례 현실을 말했다.

부천지역의 경우 납골시설 최하가격이 150만원, 부평화장장 이용비용이 30만원인데다 예약제로 바뀌어 인천에서 받지 못할 경우 장례를 하루 연기해야 하고, 벽제화장장 이용시에는 인천과 9만원 정도의 가격 차이가 나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부천시민들이 장례를 치르기 위해서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부천시가 화장장 설립시까지 화장비용을 보조하는 것을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추진위원은 주민들의 극심한 반대속에 들어선 춘의동 장례예식장 건립 이후 장례문화가 급속히 바뀌었고 주변의 집값도 내려가지 않았다고 밝히고 부천시의 경우 한달 평균 290명이 사망하고 이 가운데 65%인 200명은 화장한다고 할때 하루 평균 6~7구가 화장을 하게 되며, 예약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장례차량으로 인한 인근 지역의 피해는 거의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시립 추모공원은 화장장과 납골당 시설을 지하에 설치하는 것을 검토중이고 건물 주변에 동산을 꾸미는 등 외부에서 보아도 친환경시설로 인식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면 인근 주민들이 우려하는 혐오시설이란 인식은 없어질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이날 하루 일정을 마치고 제주국제공항으로 향하는 버스안에서 윤순중 시청 여성복지과장은 “시립 추모공원 건립에 따른 찬반 논란으로 인해 인근 지역주민들이 심리적, 정서적, 경제적인 피해를 우려해 반대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 “추모공원 건립은 주민 반발로 난관에 부딪혀 실패한 사례도 있는 등 단체장의 의지가 매우 중요한 만큼 관련 법적 절차를 밟고 있는 중”이라며 주민들의 협조를 당부했다.

윤 과장은 “반대를 위한 반대 보다는 주민들이 지역 발전을 위한 인센티브를 시에 적극 제의해 대화를 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며 “시는 1차에 이어 2차 홍보영상물을 제작해 대시민 홍보에 나서는 한편 설계안이 나올 경우 주민 공청회도 열어 다양한 여론을 수렴해 용역과제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향후 시립 추모공원의 모든 추진과정은 공개적으로 처리할 것”이라며 ”시민으로부터 칭송받고 차세대를 위한 장묘시설 건립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 주민이 “시립 추모공원 건립반대 투쟁위원회 관계자들도 선진지 견학에 참여하도록 해달라”는 건의를 받고 “제주시 양지공원도 이미 2년전 건립된 시설이어서 최신 화장시설이라고 볼 수 없다”며 “가장 최근에 건립된 여수시 화장장 등 국내에서 준공된 최신 화장시설을 시찰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제주시 양지공원을 견학하던 날, 제주도에서는 좀처럼 보기 드문 화창한 날씨였다. 어떤 이는 제주도에서 이런 화장항 날씨를 만나가란 1년에 손을 꼽을 정도라고 말했다.

그리고 제주시 양지공원에는 이따금 공원으로 착각한 관광객들이 잠시 쉬러 왔다가 이곳이 화장장과 납골당을 갖춘 공원이라는 것을 새삼 확인하고 돌아간다는 얘깃거리 말고는, 예약된 시간에 가족을 잃은 사람들이 조용히 고인을 추모하는 모습 이외에는 냄새도 없고 연기조차 나지 않고… ‘아무 일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