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비(雄飛)하라! 세계(世界)는 부른다.
‘정의·협동·창조’를 교훈으로 부천지역의 명문을 넘어 수도권 명문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부천고가 내걸고 있는 슬로건이다.이 슬로건은 부천고 정문을 들어서는 순간, ‘부천고의 기상’을 대변하듯 학교 건물 위에 큼지막하게 내걸려 시선을 끈다.
부천의 허파인 성주산의 맑은 정기가 흐르는 솔안골인 부천시 소사구 송내2동 437에 자리잡은 부천고는 올해로 개교 29주년을 맞는다.
고교 평준화정책이 실시되던 해인 지난 74년 개교한 이래 올해까지 1만3천560여명의 졸업생을 배출한 부천고는 그 명성에 비해선 짧은 연혁을 지닌 젊은 학교이지만 부천지역에선 일반 고교 가운데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학교답게 각계 분야에 걸쳐 많은 인재를 배출, 명실상부한 인재의 산실로 자타가 공인하고 있다.
지난 95학년도 대학입시에서 재학생과 재수생 등 모두 550명이 전기대 입시에 응시, 81.3%의 합격률과 함께 서울대 54명, 고려대 47명, 연세대 15명 등 명문대에 200여명이 합격하며 도내에서 가장 좋은 입시 성적을 기록,명문고의 입지를 굳혔다.
부천고가 10여년간 명문대 입학 돌풍을 이어온 비결은 지난해 고교 평준화로 전환되기 전까지 비평준화지역 명문고의 명성을 쌓으면서 부천·시흥지역은 물론 수도권과 심지어 지방에 있는 중학교에서 학급내 상위권에 포진한 우수한 학생들이 치열한 입시경쟁을 마다하지 않고 진학하고 싶은 선망의 대상이 됐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교사들도 우수한 자질을 갖춘 학생들에 대한 부담과 책임감 등을 느끼며 학생들을 가르치고자 하는 열의가 대단했다.
지난 84년부터 93년까지 교사로 재직하다 지난해 부임한 이호영 교감은 “84년 태풍 ‘홀리’로 서울·경기지역에 334㎜의 집중 폭우가 내려 임시 휴교령이 내려졌을 때도 학생들의 자율학습이 중단되지 않았을 정도로 부천고의 자율학습은 전통이자 학생들에게 생활화돼 있다”며 “학생들 스스로 공부하고자 하는 면학 분위기가 입시 명문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이 학교가 학생들에게 공부만 강요하는 건 아니다.
학생들 스스로 만들고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동아리가 48개, CA반이 34개에 이르며, 지난 98년 창간돼 현재 33호까지 발행된 교지(校紙)인 ‘솔앗거리’(타블로이드판 24면)의 편집권이 학생들에게 보장돼 비판적인 기사도 서슴없이 싣고 있는데다, 지난 98년부터 매년 5월 열리는 학교축제인 ‘늘품’도 학생들이 주도해 사흘간씩 열리고 있는 사실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이상덕 교장은 “학생들 스스로 면학 분위기를 만들어 가고 있는만큼 학생들의 자율성도 강하다”며 “학생들의 특기적성교육을 최대한 개발하기 위해 다양한 교과과정을 접하도록 선택의 폭을 최대한 넓혀주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부천고는 젊은 학교답게 선후배간 관계도 끈끈하다. 이를 이어주는 게 바로 지난 85년 창단된 야구부.
비록 지금까지는 전국대회에서 별다른 성적을 올리진 못했지만 지난 96년 6월 제51회 창룡기쟁탈 전국중고야구선수권대회와 지난 2000년 7월 제54회 황금사자기쟁탈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 4강 진출시는 재학생은 물론 모든 동문들이 야구장을 찾아 응원전을 펼치는등 후원회를 조직해 각종 대회 출전 때마다 성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고 있다.
한국의 사이클을 이끌고 있는 세계적인 스타 조호성 선수를 배출한 ‘사이클부’역시 부천고의 자랑거리로 꼽히고 있다.
한편 부천고는 명문고의 전통을 유지하기 위한 중대한 전환점에 놓여 있다.
지난해부터 평준화로 전환됐기 때문이다. 더구나 평준화 이후 지역내 학교에서도 ‘부천고만 이기면 된다’는 각오를 다지며 학교간 진정한 진검승부를 가리기 위해 2005년 대학입시를 겨냥한 학업경쟁이 치열하게 달아오르고 있다.
부천고 교사들도 “이제부터는 작은 노력으로는 표가 나지 않게 됐다”며 “입시 명문고의 전통을 이어 나가기 위해선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고 있다.
부천고의 모든 학생 및 교사, 동문들의 신년 화두가 ‘전통을 이어가자’인 것도 부천을 대표하고 지역을 뛰어넘는 명문고로 우뚝 서기 위한 것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부천=강영백기자 kyb@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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