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동설한부터 매실처럼 달리는 꽃망울이 홍조(紅潮)를 띠고 황금빛 꽃잎을 삐죽삐죽 수줍게 내밀며 차츰 드러내는 모습은 가려움을 동반하는 솜털이 송송 덮힌 채 익어가는 여름철 풋복숭아나 개복숭아를 떠올리게 한다.

겨우내 한기(寒氣)가 스린 베란다에서 눈길은 물론 손길조차 주지 않는데도 이 녀석이 잘 자란다.

이윤즉슨 햇볕이 사시사철 잘 드는 남향(南向)이어서 끄무레한 날씨가 아니면 아침부터 하루종일 스며드는 따스한 햇볕이 녀석을 감싸고, 아내가 수시로 빨래를 널고 말릴 때 떨궈주는 적당한(?) 수분(빨랫물)이 갈증을 없애주고 있기 때문이다.

하긴 우리네 일상에서는 이런저런 실내 원예식물들을 잘 키워보겠다고 수시로 물을 뿌려주고 장소를 옮겨가면서 애지중지 키워본 경험과 함께 아무리 잘 카우려고 용을 쓰도 시름시름 시들어버리고 결국에 죽어버린 채 텅빈 화분만 덩그러니 놓여 있는 경우도 다반사일 것이다.

이런 점에서 다육식물은 키우는데 잔정성을 많이 들이지 않아도 적당한 생육환경만 조성되면 쑥쑥 잘 자라는 것같다. 자연스럽게 자라는 모습이 보는 재미가 더 쏠쏠한 것같다.

집 베린다 다육이 ‘금황성 철화(綴花)’를 보면서, 실내 원예식물을 잘 키워보겠다는 생각으로 잔정성을 기울이느라 되레 스트레스를 받지 말고, 입장을 바꿔서 실내 원예식물에게도 스트레스 받지 않도록 적당히 제맘대로 자라게 하는 것도 건강하게 자라도록 하는 노하우인 듯싶다.

아침엔 반짝 추위를 보였지만 쾌청한 하늘에 아침 햇살이 나면서 포근한 날씨를 보이고 있는 2월의 세번째 토요일인 16일, 베란다에도 햇살이 스며들면서 황금색 꽃잎을 터트리기 위해 꽃망울을 한껏 부풀리고 있는 녀석의 모습을 담았다. 녀석이 황금빛 꽃잎을 활짝 피울 때 창(窓) 밖은 봄이다. 2013.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