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단과 소신’의 행정 9단, 박경선(59) 원미구청장이 5일 오전 11시 명예퇴임식을 갖고 37년간 몸 담아온 공직생활을 끝내고 야인으로 돌아갔다.

박경선 구청장은 이날 이임식에서 별도의 원고없이 공직생활을 마감하는 소회(所懷)를 담담하게 밝혔다.

“그동안 공직생활을 하면서 어려운 시절을 겪어 왔다. 개인적으로 검찰, 경찰, 감사원 조사와 징계처분도 받아보기도 했다”는 말로 결코 간단치만은 않았던 파란만장한 공직생활을 반추하고 “설거지 잘하는 며느리가 그릇을 깬다. 열심히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박 구청장은 영광스러운 퇴직을 하는 공을 홍건표 시장에 돌리고 “만감이 교차한다”며 말을 이어갔다. “떠날 때는 말 없이란 말이 있지만 37년 조직을 떠나며 부탁의 말씀을 드린다”며 후배 공직자들에게 당부의 말을 잊지 않았다.

행정 9단은 우선, “공무원은 철밥통이라는 얘기를 없애달라”면서 “우리 공무원들이 노력하고 마음만 먹으면 간단하다”고 했다.

그는 또 “조직에서 무임 승차해서는 안되며 민주주의는 땀 흘려 일한 만큼 보상을 받는 것인 만큼 일하지 않고 성과가 없어서는 안되며, 평가가 제대로 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일한 만큼 대우받고 인정받는 시스템이 돼야 한다”면서 “조직에서 스스로 자아실현 욕구를 충족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일하는 공직사회 조성과 그에 따른 올바른 평가가 뒷받침 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그는 홍건표 시장의 행정 스타일에 대해 “가치판단 기준을 시민에 두고 시민을 위해 열정적으로 일한다”며 “홍 시장은 청백리고 살아서 움직이는 목민심서”라고 했다.

박경선 구청장은 “부천시는 우리(공직자)가 노력해서 만들어 가야 한다”며 “민주주의에서도 문제가 있고, 모든 사회가 모든 문제가 있다. A를 선택하면 B가 문제가 있고, B를 선택하면 A가 문제가 있지만, 부천시가 추구하는 방향과 목표가 맞는다면 같이 가야 하고 시스템을 조직에 맞게 바뀌어야 하며 거부해서는 안된다”고 후배공직자들에게 시대의 변화에 맞게 순응할 것을 당부했다.

그는 이날 퇴임식에서 37년간 공직생활을 하는 동안 곁을 지켜준 부인 전원숙 여사에게도 “아내가 고맙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그는 “웃깃만 스쳐도 인연이라 했는데 여러분과 함께 한 만남이 소중했고, 수십년 함께 한 소중한 인연을 간직하도록 하겠다”면서 “감사하다”는 말을 남기고 퇴임사를 마무리하고 파란만장한 공직생활에서 물러났다.

이날 명퇴한 박경선 구청장은 경기 안성 출신으로 지난 1971년 11월 부천군 용유면에서 공직을 시작, 1991년 12월 사무관(5급)으로 승진, 소사구 민방위과장·지역경제과장 등을 거쳐 시청 문화공보담당관·교통행정과장·총무과장 등을 주요 요직을 두루 거쳐 2000년 7월 서기관(4급)으로 승진했다.

기획세무국장·부천시 시설관리공단 이사장 파견근무를 하다 기획세무국장으로 복귀한 뒤 복지환경국장을 거쳐 2005년 9월 원미구청장(12대)으로 취임해 2년6개월간 원미구를 이끌어 왔다.

판단이 빠르고, 기획력을 겸비해 강단과 소신있는 업무 추진력으로 직원에 대한 통솔력이 뛰어나다는 평을 받았다. 가족으로는 전원숙(56) 여사 사이에 1남1녀를 두고 있으며. 취미는 낚시와 축구다.

명예퇴임한 행정 9단은 2006년 3월 ‘문화도시, 부천’의 도시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도시 곳곳의 탈법 및 무질서한 행위를 근절시키고 기본이 바로선 살기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해 매월 첫째주 금요일을 ‘범시민 기초질서지키기 날’로 정해 교통·환경·거리·시민 등 4대 질서지키기에 초점을 맞춰 ▲불법 노점상 ▲불법 노상 적치물 ▲불법 광고물 ▲불법 주·정차 ▲쓰레기 무단 투기행위 등 5개 분야의 불법행위를 근절해 기초질서를 확립하는데 중점을 두고 추진하는 ‘문화시민운동’의 필요성을 강조, 현재 부천시의 역점시책으로 범시민 운동으로 전개하도록 했다.

그가 후배 공직자들에게 거듭 남긴 말은 “철밥통이란 치욕스런 말이 국어사전에도 없도록 노력해 달라”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