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일까. 꽃잎이 ‘립스틱’ 같은 고운 빛깔을 가진 나팔꽃에 대해 가수 임주리가 노래한 <립스틱 짙게 바르고>의 노랫말에도 “아침에 피었다가 / 저녁에 지고 마는 / 나팔꽃보다 짧은 사랑아 / 속절없는 사랑아”라고 표현하며 이내 시들고 마는 나팔꽃을 비유했다.
어둠이 가고 먼동이 틀 때 눈부신 아침 햇살을 받아 밤새 내린 촉촉한 이슬을 머금고 피어났다가 이내 시들어 버리는 나팔꽃의 꽃말은 그래서 ‘기쁨’, ‘영광’, ‘결속’, 그리고 ‘덧없는 사랑’이다.

나팔꽃은 슬픈 전설을 갖고 있다. 옛날 중국에 그림을 아주 잘 그리는 화공과 아름다운 아내가 살고 있었는데, 어느날 화공의 아내가 원님의 수청을 거부하고 마을에서 제일 높은 성 꼭대기 감목에 가두었고, 아내를 빼앗긴 화공은 그림 한장을 그려서 아내가 갇힌 성 밑에 묻고 죽었는데, 아내도 매일 밤 꿈에 죽은 남편이 나타나 “밤마다 당신을 찾아 헤매는데 그때마다 금세 아침이 돼 당신이 잠을 깨는 바람에 할 말을 못하고 떠나게 돼 할 수 없이 내일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말을 남겨 이상하게 여기다가 갇혀 있는 감옥의 창 밖을 보니까 성벽을 타고 나팔처럼 생긴 꽃이 올라오고 있었다고 한다.

나팔꽃은 지금도 한 곳으로 향한 그리움을 나타내려는 듯이 담장이나 나뭇가지를 칭칭 감고 올라가면서 아내를 만날 수 없었던 죽은 남편의 애틋한 그리움처럼 이른 아침에 잠깐 피었다가 금세 시들어 버리고 만다.

나팔꽃은 초여름부터 피기 시작해 결실의 계절인 9월에 가장 고운 빛깔로 피어나는 9월의 꽃으로, 메꽃과에 속하는 일년생 초본식물이다.

줄기는 덩굴지며 감아 올라가며 2~3m정도 자라고 밑을 향한 털이 있다. 잎은 어긋나고 심장 모양으로 세갈래로 갈라진다. 꽃잎은 나팔 모양에 보라색(청자색), 붉은색, 분홍색, 재색, 흰색이 피고 열매는 둥근 삭과(果)를 맺는다.

중국에서 관상용 또는 약용으로 전래돼 우리나라에 널리 분포하고 있다. 검은씨는 ‘견우자(牽牛子)’라 하여 변비, 부종, 요통 등의 치료제로 쓰이기도 한다. 견우화ㆍ구이초ㆍ분증초(盆甑草)하고도 부른다.

이슬처럼 싱그러운 아침을 알리는 나팔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