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김만수 시장이 이끄는 민선 5기 부천시정이 출범한 지 석달째로 접어든 가운데, 산하기관의 지역 내 유력 인사 친ㆍ인척들의 특채 의혹에 따른 파장이 일파만파로 번져가고 있다.

부천시의 대표적 산하기관은 부천시설관리공단, 부천문화재단, 부천산업진흥재단, 한국만화영상진흥원 등으로, 시 예산을 출연해 설립돼 운영되는 곳들이다.

시 산하기관 특채 의혹은 지난 7월19일자 소인이 찍힌 익명의 편지에 부천시시설관리공단 내 특정지역 출신 직원들로 구성된 이른바 ‘마피아 조직’이 있다는 주장이 구체적으로 제기돼 시가 공단에 대한 자체 감사(7월26일~8월6일)에 착수하면서 도화선이 됐다.

이런 와중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집권 후반기 국정 화두로 ‘공정한 사회’를 제시한 이후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딸 특별채용 과정 비리 의혹이 불거지자, 지난 6일 감사원이 공무원 인사 전반에 대한 특별점검을 벌이기로 발표하면서 공직사회 인사문제가 전국 지자체로 들불처럼 번져가고 있다.

김만수 시장은 지난달 17일 시설관리공단과 부천문화재단 등 산하기관에 공채 및 특재 형식으로 채용된 직원들의 인사문제와 관련, “시정을 사유화(私有化) 하려 한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들 정도로 걱정스런 수준으로 고민스럽다”고 밝히면서 부천문화재단에 대한 자체 감사(8월30일~9월30일)도 언급했다.

김 시장은 “책임있는 공직자의 친ㆍ인척들이 들어간 것도 문제이거니와 임기를 보장받고 계속해서 근무하는 것은 곤란하다”면서 “(시장 주변에) 아는 사람들이 공채 또는 특채로 들어가는 것은 검증된 경우에는 가능하겠지만, 공적인 위치에 있는 사람(공직자)의 처남 등 친ㆍ인척이 들어간 것은 문제가 있으며, 책임있는 공직자가 임기만료 된 뒤에도 친ㆍ인척들이 산하기관에 임기를 보장받고 계속 근무하는 것은 곤란하며 임기만료와 함께 진퇴를 같이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유력 인사들의 친ㆍ인척 채용 및 임기보장에 따른 근무문제를 시끄럽게 처리하느냐, 조용하게 처리하느냐를 두고 갈등이 된다”며 “제갈공명이 온다고 해도 잘 해 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고 덧붙였다.

김 시장의 이같은 언급은 지역내 유력 인사의 친ㆍ인척 채용 문제를 풀어가는 방법론 및 특채된 직원들의 거취문제에 대해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는 첫 시그널을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이어, 김 시장은 지난 6일 첫 정례브리핑제도를 도입한 자리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하반기 국정운영의 화두로 던진 ‘공정한 사회’에 대해 “100% 공감한다”며 산하기관의 인사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한 단계 더 수위를 높여 시설관리공단의 자체 감사 결과를 두고 “정치인과 언론인, 공무원 등 친ㆍ인척 다수가 있으며, ‘공정한 사회’라는 측면에서 볼때 공평하게 응모해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제약한 것”이라고 밝혔다.

김 시장은 “감사 결과에 따라 일부 중징계 조치와 업무 개선, 인사 혁신 등이 있을 것이며, 감사결과는 당사자들의 이의제기 등 의견 수렴을 거쳐 최종 발표할 것”이라며 “개선 방법에 대해서는 아직 뚜렷하게 결정하지는 않았다”고 말해 고민 단계에 있음을 시사했다.

이후, 시설관리공단 감사(7월26일~8월6일)와 문화재단 감사(8월30일~9월10일)를 통해 지역 내 유력인사의 친ㆍ인척들은 공단 20여명, 문화재단 40여명 등 줄잡아 7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고, 이들은 대부분 전임 시장, 전ㆍ현직 정치인(국회의원ㆍ도의원ㆍ시의원), 시청 공무원, 경찰공무원, 산하기관 전ㆍ현직 간부 및 직원, 언론인, 지역유지 등과 관련된 친ㆍ인척들이라는 사실이 언론에 잇따라 보도되면서 그 파장을 가늠케 했다.

김 시장은 10일 오전 개회될 예정이었던 부천시의회 제164회 제1차 정례회 2차 본회의에서 김은화 의원이 산하기관 인사문제 및 개선책에 대한 시정질문 답변을 통해서도 산하기관의 인사문제를 언급할 예정이었으나, 여야 의원들간 안건처리에 있어서 이견이 생겨나면서 본회의장에서 답변을 하지 못했으나, 미리 배포한 답변서에도 산하기관의 인사 혁신 의지를 고스란히 담았다.

김 시장은 산하기관에 지역 내 유력 인사의 입김이 작용해 특채로 채용된 친ㆍ인척 직원들에 대해 “공정한 절차에 의한 검증된 인사가 아니어서 조직의 불만과 화합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해 문제가 야기된다면 이들의 거취문제는 대통령께서도 말씀하신 것처럼 ‘공정한 사회 건설’이라는 차원에서 스스로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김 시장이 유력인사의 친ㆍ인척으로 특채된 직원들의 거취문제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시그널인 셈이다.

김 시장은 또 “앞으로 산하기관의 조직을 새롭게 정비하고 비효율적인 내재 요인을 다잡아 나가는 차원에서 일정기간 동안 공무원의 파견 근무도 적극 검토할 계획”이라며 “직원 채용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에는 채용 대행기관 등에 위탁하는 방안 등 다각적인 방안을 검토해 산하기관의 인사제도가 투명하게 정착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김 시장은 “현재 산하기관의 인사 조직과 운영실태를 전반적으로 점검하기 위해 정기 감사와 조직진단을 실시하고 있으며, 그 결과를 토대로 조직의 쇄신과 경영 혁신을 통해 실용적이고 효율적인 생산적 조직으로 재편해 대서민 서비스의 품질을 향상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 시장은 신하기관의 공정하고 투명한 인사제도 운영을 위한 개선책과 관련해서는 “우선 관련 법규나 제도를 점검해 불합리한 규정을 정비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향후 임직원 채용 시에는 지방공기업법에 의한 채용 절차를 준수해 형식만 갖춘 정실인사를 배척하고 실질적인 공개채용을 하는 공정한 인사관행을 정립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감사원은 10일 오전 시설관리공단과 부천문화재단의 직원 채용과 관련된 일체의 자료를 요구하는 것으로 시작으로 감사에 착수해 공무원 인사 전반에 대한 특별 점검에 따른 지자체의 인사 비리 의혹에 대한 첫 사례로 떠오르면서 향후 감사원의 감사 범위 및 결과가 어느 선까지 불똥이 튈 것인지에 촉각이 곤두세워지고 있다.

이와 함께 시 자체 감사 및 감사원 감사 결과 이후 유력 인사 친ㆍ인척들의 특채에 따른 책임 소재와 거취문제 등에 관한 해법 제시가 최대 고민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투명한 인사시스템 구축 방안 역시 선결 과제로 대두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