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오후 6시30분부터 부천북부역 지하역사에서는 부천시민들에게 성폭력의 반인권성과 심각성을 알리고 여성의 기번권 보장을 요구하는 ‘여자들아, 밤마실 가자!’라는 주제의 이색행사가 열렸다.

이날 행사는 (사)부천여성의 전화 부설 성폭력상담소가 주최한 ‘밤길 되찾기 시위’의 일환으로 부천지역에서는 올해 처음 열린 행사였으며, 부천시민연합 여성회와 여자만세가 참여단체로서 함께 했고, 유한대학에서 후원했다.

‘밤길 되찾기 시위’는 지난 2004년부터 서울을 중심으로 성폭력 근절 및 여성의 기본권 주장을 위해 전국적으로 열리고 있는 행사로, 올해로 3회째를 맞이하고 있다.

부천에서는 처음으로 열린 이날 행사에서는 식전행사로 영상물 상영과 달빛 시위 취지문 낭독, 청소년 댄스동아리 공연, 토크쇼 형식의 사례 고발, 노래를 통한 성폭력의 통념 깨기, 성폭력 근절을 위한 메세지 전달 등의 세부행사를 통해 성폭력의 반인권성과 심각성을 알렸다.

이날 행사에 참가한 여학생들은 ‘여자들아! 밤마실 가자!’, ‘운동장 전세 냈냐? 들어가라 이놈들아!’, ‘너나 일찍 들어가라!’, ‘여성의 몸 위협하는 남자들은 들어가라!’, ‘대중교통 전세 냈냐? 다리 좀 오므려라!’, ‘미니스커트는 너 보라고 입는 게 아니란다’, ‘나 먹기도 모자란다! 흑기사는 술값 내라!’, ‘흡연? 금연? 신경 꺼라! 여성들의 선택이다’ 등의 구호가 적힌 손피켓을 들고 행사에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또 노래가사 바꿔 성폭력 통념 깨기 행사에서는 DJ DOC의 ‘DOC와 춤을’이란 노래를 <부천여성의 전화와 춤을>이라는 제목으로 가사를 바꿔 ‘해가 지면 남자들만 놀 수 있나요 / 여자들도 우리끼리 잘만 놀아요 / 하지만 주위사람 우리들을 보면 한마디씩 하죠 / 지지배가 겁도 없냐. 새벽 늦게야 집에 들어갔지 / 울아버지 내 얼굴 보자마자 뭐라 그래 / 하지만 왜 여자들이 조심 해야하는데? / 니들이나 조심하세 요요요!!. 핫팬츠 입고서 밤에 다녀도 위험하지 않다면 / 괜찮을 텐데 밤에 여경이 순찰을 돌면 / 조금은 더 안심이 돼 괜찮을텐데 / 여성들을 가둬두지 말아요~ 그런다고 해결될 것 없어요 / 그깟 편견 무슨 상관 이예요 / 다함께 깨드려봐요~ 이렇게~’로 개사곡을 부르기도 했다.

한편 (사)부천여성의전화 부설 성폭력상담소에 따르면 국내 성폭력 발생율은 전세계 5위권 안에 머물 정도로 성폭력 문제가 심각하며, 여성으로 대상으로 하는 강간범죄의 경우 1년에 약 32만 건, 하루 평균 877건, 1시간에 37건, 3분에 2건 정도가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이러한 성폭력의 심각성은 여성의 기본권 제약과 침해 문제는 물론, 여성들에게 공포 및 두려움을 주고 여성의 사회적 활동과 일상에서의 기회 및 권리들을 제약시키고 위축시키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올 뿐만 아니라, 성폭력 및 성폭력 피해 여성에 대한 사회의 왜곡된 통념으로 인해 성폭력 문제의 발생 책임을 여성에게 전가시키고 여성의 인권을 침해하는 문제점을 낳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로 3회째를 맞는 ‘밤길 되찾기 시위’는 이같은 현실에서 지난 2004년 8월13일 선언문을 통해 “흰 소복을 입은 여자들이 밤길을 누빌 여성의 권리를 외치며 모였다”며 “흰옷 입지 말라는, 밤에 돌아다니지 말라는, 마치 여자들이 흰옷을 입지 않으면, 밤에 돌아다니지 않으면 성폭력이 사라지기라도 할 것처럼 여성을 통제하는 말들을 하지만 정작 성폭력 통계는 80%가 아는 사람에 의해 익숙한 장소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하고 “바뀌어야 할 것은 여자들의 옷차림이 아니라, 피해자에게 성폭력의 책임을 돌리는 사회, 가해자들의 성의식”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7월27일 선언문에서는 “여성은 언제나 성폭력에 노출돼 있으니 몸조심 해야 한다는 경고만이 들려올 때, 세상이 불어넣는 공포를 깨고 내 안에 있는 힘을 꺼내 당당히 분노하고 반격하는 여성의 권리를 북돋자”고 주장했다.

이어 올해는 지난 14일 선언문에서 “ 아직 성폭력을 피해자의 책임으로 돌리는 경우가 허다하지만, 성폭력은 약자의 몸은 내 마음대로 다룰 수 있다는 폭력적인 믿음이 일상적으로 실천되는 사회에서 발생한다”며 “여성이, 아이가, 장애인이, 성 소수자가 폭력의 대상이 되는 이유는 사회가 이들의 몸을 취약한 몸으로 취급하기 때문이며, 취약한 몸을 함부로 침해하는 것을 가능하도록 두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성폭력은 여성의 몸을 취약한 몸으로 규정짓는 사회의 문제”로 규정했다.

그리고 “보여지는 몸, 보호받는 몸을 여성에게 권하는 일상적인 통념들에 문제를 제기한다”면서 “보호하겠다는 말은 곧 스스로의 힘을 가질 권리를 박탈하겠다는 의미인 만큼 자기 몸의 권리와 힘과 기쁨을 말하는 여자들을 경계 밖으로 밀어내려는 시선으로부터 탈주해 여성의 권리를 외치고 누리며, 달빛 아래 여자들이 세상을 되찾자”고 밝혔다.

(사)부천여성의 전화(☎032-328-9713~4)와 (사)부천여성의 전화 부설 성폭력상담소(☎032-328-9711)는 월~금요일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5시30분까지 여성 성폭력 등 여성에 관한 인권문제를 상담해주고 있다.

성폭력의 잘못된 통념들

☞낯선 사람이 그랬겠지?.

친족, 교사, 이웃 등 아는 사람에 의한 강간이 전체 강간피해의 77% 이상을 차지하며 계획적으로 추진된 범행이 대부분이다.

☞성폭력은 20대의 젊은 여성에게만 일어난다.

성폭력에 대한 통계를 보면 성폭력 피해자 중에 30%가 13세 미만의 어린이이며, 20% 정도가 13~19세의 미성년자이다. 또한 상담을 통해 접하는 피해자는 생후 만 4개월의 아기부터 70세 이상의 할머니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대부분의 성폭력은 가해자가 남성이고 피해자는 여성이지만, 군대내 성폭력처럼 남성이 피해의 대상이 되는 경우도 있다.

☞옷차림이 문제다.

남성이 짧은 반바지와 소매없는 옷을 입었다고 해서 성폭력의 대상이 되지 않듯이 여성들이 파인 옷을 입었다고 성폭력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교복을 입은 학생의 피해나 두꺼운 옷을 입는 겨울에도 성폭력이 줄어들지 않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 이런 생각은 피해자에게 책임을 돌리는 전형적인 피해자 유발론이라 할 수 있다.

☞정신병자나 그런 일을 저지르지.

경찰에 구속되거나 보고 된 대부분의 성폭력 가해자는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는 다양한 직업과 계층의 사람들이다.

☞여자가 끝까지 저항하면 불가능하다?.

때리거나 흉기로 위협하는 상황에서 피해자는 극도의 공포와 수치심으로 무기력해지기 쉽다. 극심한 위기상황에서 끝까지 저항하는 것은 목숨을 걸고 순결을 지켜야 한다고 강요하는 것이다.

☞강간은 폭력이 아니라 조금 난폭한 성관계?.

강간은 다른 상해 피해와 마찬가지로 성기 부분에 피해자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일어난 폭력 사고이지, 성관계가 아니다.

☞남자는 원래 성충동을 참을 수 없도록 돼 있어.

정말 그렇다면 우발적 사건이어야 한다. 그러나 어린이 성폭력 등 대부분의 성폭력은 지속적이고 계획적으로 일어난다. 또한 내 배가 고프면 참을 수 없으니까 음식을 훔쳐 먹나요?. 성충동은 지속적인 교육과 훈련에 의해 충분히 조절이 가능하다.

남성들의 몸가짐 지침 중에서

▲밤길에서 여성이 혼자 앞에 가고 있을 때, 여성이 위협을 느끼고 걸음을 빨리 하면 걸음을 늦추고, 여성이 걸음을 늦추면 앞질러 가는 등의 센스를 발휘한다.

▲밤길에, 특히 술을 마신 후에는 마주치는 여성에게 쓸데없이 말을 걸거나 다가가지 않는다.

▲시도 때도 없이 성적인 의미를 담은 시선으로 여성의 몸을 훑어보거나 응시하지 않는다.

▲자기 몸이 남에게 함부로 닿지 않도록 각별히 간수한다. 특히 대중교통 이용시 손간수를 잘 하고, 다리를 쫙 벌리고 앉아 남의 공간을 침범하는 일이 없도록 한다.

▲공공장소에서의 노상방뇨가 수치스러운 일임을 자각한다.

▲남녀 공용화장실에서는 안에 사람이 있는지 먼저 확인하고, 반드시 문을 닫고 용변을 본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여성과 단 둘이 기다리게 될 경우 여성에게 혼자 탈 의사가 있는지 반드시 확인한다.

▲때리는 것만이 폭력이 아니다. 밤길이나 공공장소 등에서 고함을 지르거나 큰소리로 욕을 하는 등의 행동이 매우 폭력적인 일임을 자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