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이장(밤 12시)이 다가올 무렵 부천시 원미구 소사동 2-7번지 소명여자고등학교 앞. 인적이 끊긴 어둠컴컴한 학교 정문 앞에 4명의 남학생이 조립식 간이 의자를 설치하고 웅성웅성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탁자 위에 과자봉지와 음료수가 놓여 있었다.

이 남학생들은 13일 오전 8시40분부터 200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지는 부천교육청 제32지구 제18시험장인 소명여고를 이날 아침 들어설 학교 선배들을 응원하기 위해 정문 앞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밤을 새우기 위해 자리를 잡았다고 한다.

“어느 학교에서 왔느냐”고 묻자 뜻밖에도 부천지역이 아닌 “시흥시 은행동에 있는 은행고등학교에서 왔다”고 했다. “춥지 않겠느냐”고 재차 묻자 “괜찮다”고 했다.

이 남학생들이 여학생 700명이 시험을 치르는 소명여고를 찾아 정문 앞 가장 좋은 자리를 차지한 채 밤을 꼬박 새워가며 아침 해가 뜰 때까지 기다리는 이유는 원정 응원에 따른 숫적 불리함을 극복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시흥 은행고는 남녀 공학인 관계로 시흥에서 부천까지 와서 수능 시험을 치르는 선배 여학생들이 부천지역 여학생들 틈에 끼여 수험장인 소명여고 정문을 들어설 때 가장 잘 보이는 것에서 응원을 해야만 숫적으로 우세한 부천지역 학생들의 응원전에 밀리지 않겠다는 나름대로의 전략을 세우고 밤샘 자리지키기에 들어간 것이다.

“사진을 찍어도 되느냐”고 묻자 남학생 한 명을 자리를 슬쩍 피해 억지로 사진 촬영은 하지 않았다. 학생들이 “무슨 신문이냐”고 묻길래 “부천에 있는 지역신문”이라고 대답하자 약간은 실망하는 빛이 역력했다. 자신들의 밤샘 원정 응원하는 애교심(?)을 많은 사람들이 보는 큰 신문에 실려 널리 알려지길 내심 기대했기 때문일 것이다.

“밤샘을 하려면 추울텐데 감가 걸리지 않게 조심하라”는 말을 건네고 돌아오면서도 추위가 내심 걱정되기도 했지만, 요즘 학생들 사이에 날로 희박해져가는 학교 선ㆍ후배간의 독독함을 보는 것같아 발걸음이 한결 가벼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