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지난 9일 부천시의회 제137회 제1차 정례회 시정질문에서 홍건표 시장의 의회 경시 발언에 대한 근거 제시와 친동생의 세계무형문화재엑스포 추진 관여, 취임 후 16회의 해외출장 횟수 등 '아킬레스건'을 건드린 '송곳 질문'을 벌여, 오는 18일 제2차 본회의장에서 홍 시장과 시집행부의 답변 수위에 관심이 모아졌으나 답변 내용은 '싱겁게' 끝날 것으로 보인다.

시가 시의원들에게 사전 배포한 시정질문 답변서를 보면 시의원들의 예봉(銳鋒)을 피해가는 한편, 김을 빼는 식의 '두리뭉실'한 수준으로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 질문 하나

'시의원들이 집행부에 어떤 청탁이나 압력을 행사해 왔고, 간부공무원들에게 의회에 빌붙어 사정하거나 밥 사고 술 사면서 일하지 말라'고 한 발언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해 달라는 강동구 시의원의 질문에 대한 답변은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시가 역점적으로 추진해 왔던 무형문화재 공방거리 조성과 폐기물 전처리시설(MBT) 신축 사업 등이 의회 심의과정에서 여러 차례 부결되거나 보류되는 등 시책이 계획된 일정대로 추진되지 않아 간부공무원 모두가 시책 추진 의지를 다시한번 가다듬고 그간의 부진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시키기 위해 특별교육을 실시한 것"이라는 것이다.

또 "이날 교육중 의화와 관련된 내용은 간부공무원들의 대(對)의회 업무수행 태도와 자세에 대한 일반적인 사항 등을 강조한 것이고, 특정한 의원이나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지적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해해 달라"고 했다.

결국 간부공무원들에게 시책추진 의지와 경각심을 고취시키기 위해 시의회와 시의원들을 끌어들여 겨냥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 질문 둘

2008 부천세계무형문화재 엑스포(EXPO) 추진이 홍 시장의 친동생이 관여해 추진토록 하는 등 시장의 친·인척에게 사업 추진업무를 맡긴 것이 적절한 행정행위로 생각하는가라는 강동구 시의원의 질문에 대한 답변은 이렇게 정리했다.

"무형문화재 엑스포 추진에 동생과 관련된 갖가지 소문에 나돈다는 이야기를 듣고 기자실에 들러 사실관계를 설명했으며, 동생은 오래전부터 무형문화재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고 경기도 공예조합 상무로 재직한 바 있으며 다수의 유명 무형문화재인과도 폭넓은 교류관계를 형성하고 있다"고 했다.

또 "동생과 유력한 무형문화재 선생님들로부터 여러 차례 부천이 무형문화재 집적지로서 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신뢰할만한 정보 등을 제공받고 부천문화재단에 의뢰해 무형문화재 엑스포 개최방안을 구체화 했다"며 "동생의 무형문화재 관련 제안 등은 어디까지나 사적인 조언에 불과하며 아무런 관련이 없음을 분명히 한다"고 했다.

홍 시장은 자신의 동생으로부터 엑스포 추진과 관련한 신뢰할만한 정보를 제공받은 것은 사실임을 인정하면서도, 어디까지나 사적인 조언에 불과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친·인척에게 사업 추진업무를 맡기지 않았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표현하기로 정리했다.

#. 질문 셋

홍 시장의 임기 3년동안 해외출장 횟수가 16회에 달하고 대부분이 자매결연도시 행사 참석 위주였고, 앞으로 외국 자매도시 교류행사는 격년제 참석 등 행사 위주의 출장횟수를 줄여야 하는 것아니냐는 김관수 시의원 질문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답변자료를 냈다.

"시장이 국제 자매도시의 주요 행사에 참석, 도시간 문화 및 산업 교류를 활성화하고 현지 교민의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을 주는 일은 매우 중요한 일이며, 지난 3년동안 자매도시 방문은 가능한 최소한의 일정으로 다녀왔기 때문에 부천시에서의 시장업무 보다 몇배나 강도높은 일정이었지만 성과는 매우 컸다"면서 중국 하얼빈시 방문을 통해 중앙정부가 해결할 수 없는 안중근 의사 기념관·기념비·
하얼빈 역사 이등방문 저격현장 표시·교민사회의 법인 등록과 사무실 무상 제공·관내 기업의 하얼빈 진출 등을 대표적인 성과로 꼽았다.

또 "해외도시 출장은 지역경제 활성화에 초점을 두고 추진한 것이며, 중앙정부에서 해결하지 못한 사항과 교민들의 위상 제고, 한류 열풍 조성 등 많은 사업을 추진한 만큼 앞으로 해외출장도 부천시 발전을 위한 것이라면 몸이 고달프더라도 추진할 것"이라는 것으로 정리했다.

홍 시장은 해외출장은 잦은 횟수 보다는 최소한의 일정으로 다녀오면서 성과가 컸던 만큼 앞으로도 출장 횟수에 게의치 않고 부천시 발전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해외출장 기회가 생기면 가겠다는 입장을 표명한다는 방침이다.

#. 질문 넷

시장과 부시장이 동시에 해외출장으로 인한 행정공백이 우려되고, 부시장이 일본 가와사키시에서 개최된 한국 현대만화전시회에 참석한 자격과 체재비 부담문제에 대한 김관수 시의원의 지적에 대해서도 답변자료는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시장, 부시장 부재시 직무대행은 국(局) 순위에 의한 국장 순으로 권한을 대행할 수 있으나 현대 행정은 국제 로밍폰 등 통신수단이 완벽하기 때문에 국외 출장으로 인한 직무상의 공백은 거의 없다"는 쪽을 답변키로 했다.

또 "일본 가와사키시에서 열린 한국 현대만화 전시회는 부천시가 주관하는 행사로 시장을 대신해 부시장이 참석한 것으로, 국제 교류도시와 자매·우호도시가 체결됐다면 상대 도시를 방문할 경우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항공료는 방문하는 도시에서, 체재비는 초청도시에서 부담하기 때문에 부시장과 초청인사는 모두 항공료와 일비만 지급됐고 체재비는 가와사키시에서 부담했다"고 밝힐 예정이다.

#. 질문 다섯

시의원을 관급공사 명예감독관으로 위촉해 부적격 논란이 있는 시의원 3명이 누구이고, 업체명과 해당업체가 시공한 관급공사 현황과 부실시공에 대한 총체적 방지대책 마련을 위한 특단의 조치, 올해 시공중인 관급공사의 시방서와 내역서 공개 등을 요구한 이환희 시의원의 질문에 대한 답변은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관급공사에 대해 시의원 21명을 명예감독관으로 위촉해 활동중에 있으며, 이 중 공공건축물 현장은 4명의 시의원을 위촉했고, 관급공사와 관련하여 특정업체를 지명하거나 추천한 사례가 없으며 원도급자와 하도급자간의 자율에 의한 계약관계로 별도 확보한 자료는 없다"는 답변 자료를 준비했다.

"시공중인 공공건축물의 부실공사 방지대책은 매분기 관련분야 전문가인 관내 타 공사현장의 현장대리인 상주 감리원 및 건축사를 위촉해 각 시공 현장별 교체 합동점검 실시 및 평가 등을 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소관업무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답변을 내놓기로 했다.

또 "올해 시공중인 관급공사 시방서와 내역서는 철저한 검증없이 언론 등에 노출돼 행정낭비를 초래하는 등 부적절하게 사용하는 사례가 있는 만큼 사용처 등 필요한 부분을 정확히 제시하면 관련법에 따라 협조하겠다"는 쪽으로 답변 가닥을 잡았다.

한편 부천시의회의 시정질문에 대한 시 집행부의 답변 내용이 '문제점을 지적, 개선토록 하는 것에 대해서도 굳이 지적을 하지 않아도 되고 아무 문제없다'는 식이어서, 시의원들이 보충질문 및 일문일답조차 해야할지 난감해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 시의원은 "시정질문 답변서를 받아보고 부천시의회가 참으로 힘이 없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시의원의 역할에 회의감마저 든다"고 말했으며, 또다른 시의원은 "보충질문과 일문일답을 하고 싶지만 시의회와 의원들을 얕잡아 보는 식의 답변 내용을 보면 (보충질문을)해도 얻을 게 없는 것같아 아직 판단을 내리지 못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