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52) 감독의 영화 ‘피에타’가 9일 새벽 3시(한국시간, 현지시간 8일 오후 8시)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열린 ‘제69회 베니스영화제’에서 최우수작품상인 황금사자상(Leone d'Oro)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베니스영화제는 프랑스 칸영화제, 독일 베를린영화제와 더불어 세계 3대 영화제로 꼽히며, 한국 영화가 세계 3대 영화제를 비롯해 세계 각국에서 열리는 영화제에서 최고상을 수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영화 ‘피에타’는 경쟁부문에 초청된 테렌스 맬릭 감독의 '투 더 원더(To The Wonder)'와 폴 토머스 앤더슨의 ‘더 마스터(The Master)’, 브라이언 드 팔마의 ‘패션(Passion)’ 등 18개 작품 가운데 최우수작품에 선정됐다.

김기덕 감독은 1996년 영화 ‘악어’로 데뷔한 이래 8년 전인 2004년 영화 ‘빈집’으로 베니스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했으며, 같은해 영화 ‘사마리아’로 베를린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바 있다.

영화 ‘피에타’는 이번 베니스영화제에서 비공식상인 ‘젊은 비평가상(PREMIO AGISCUOLA LEONCINO D'ORO')’과 ‘골든 마우스상(MOUSE D’ORO)’, ‘나자레노 타데이상(Premio P. Nazareno Taddei)’을 수상하며 11일간 열린 제69회 베니스영화제에서 기장 많은 스포트라이트 받으며 3관왕을 거머쥐었다.

시상식에서는 황금사자상으로 선정된 영화 ‘피에타’의 김기덕 감독이 소개되자 기립 박수가 이어졌으며, 김기덕 감독은 “이 영화에 참여한 모든 배우와 스탭들에게 무한한 감사 드린다. 그리고 베니스영화제에서 영화 ‘피에타’를 선택해준 모든 이에게 이 영광을 돌리고 싶다”고 밝힌 뒤 우리 민요 ‘아리랑’을 불렀다.

김기덕 감독은 시상식이 끝난 뒤 가진 인터뷰에서 “‘피에타’를 통해 극단적 자본주의를 비판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그는 영화 ‘피에타’가 황금사자상을 타게 된 요인에 대해 “일단 범세계적인 주제인 ‘자본주의’와 이로 인해 발생된 어긋난 도덕성이 모든 관객들 및 심사위원들이 통감했다고 본다. 특히 심사위원들의 평대로, 영화의 시작은 폭력성과 잔인함으로 시작하지만, 영화 마지막에 다다르면서 인간 내면의 용서와 구원으로 마음을 정화시키는데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베니스영화제 알베르토 바르베라 집행위원장은 12년 전에 김기덕 감독의 ‘섬’을 처음으로 세계에 소개한 인물로, 이번 영화제에서 특별히 그가 황금사자상 수상 전이나 수상 후 전한 말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도 베니스영화제의 인연을 밝혔다.

그는 “‘피에타’가 베니스영화제에 입성하게 된 가장 큰 요인 중의 하나가 나를 발굴해준 알베르토 바르베라 집행위원장과 마이클 만 심사위원장이며, 영화가 주는 메시지에 크게 반했다고 영화제 기간 중 전해주었으며, 객관적인 입장에서도 이 메시지가 관객들의 마음을 뒤흔들거라고 언론과 인터뷰에서도 말한 것으로 안다”며 “특별히 수상 전에는 먼저 떠나지 말고 꼭 폐막식에 참석 해주면 좋겠다고 개인적인 의사를 표시했고, 수상 후에는 정말 축하한다고 전했다”고 말했다.

김기덕 감독은 시상식에서 민요 ‘아리랑’을 부른 이유에 대해 “영화 ‘아리랑’으로 작년 칸영화제에서 주목할만한 시선 대상을 타면서 이 노래를 불렀고, 영화 ‘아리랑’은 내가 지난 4년간 나에 대한 질문에 대한 대답이자,씻김굿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아리랑’을 부른 것은 세계인들이 영화 ‘피에타’의 메시지와 더불어 일종의 가장 한국적인 것을 수상 소감을 대신해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기덕 감독은 앞으로 계획에 대해 “좋은 영화로 관객들에게 찾아 뵙도록 하겠다”면서 “영화 ‘피에타’가 국내에 개봉한 만큼 많은 관객들이 보면 좋겠다는 것이 지금 현재의 가장 큰 꿈”이라고 했다.

폐막식에 함께 참석한 배우 조민수는 “김기덕 감독님과 함께 만들어낸 영화 ‘피에타’의 황금사자상, 대한민국 최초라 더욱 행복하고 더 기쁨이 배가 된다”고 시상식 무대에서 내려온 뒤 소감을 전하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고, 앞으로의 활동 계획에 대해 “영화 ‘피에타’를 통해 나의 새로운 모습을 끄집어낸 것처럼, 좋은 작품을 만나 다시 한번 기회를 얻어 새로운 역할에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폐막식 시상식 무대를 지켜본 국내 배급사 NEW의 김우택 대표는 “역사적인 순간에 참여하게 되어 매우 기쁘고 감사하다. 이번 수상을 계기로 김기덕 감독님의 작품 활동이 더 왕성해지고, 보다 많은 국내 관객들이 영화 ‘피에타’의 감동을 함께 느끼게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김기덕 감독은 누구…

한국 영화 사상 최초로 세계 3대 영화제인 베니스영화제에서 영화 ‘피에타’로 황금사자상을 거머쥐는 쾌거를 이룬 김기적 감독은 1960년 경북 봉화 출신으로, 중졸 학력에 영화를 제대로 공부한 적도 없어 영화계에서 ‘비주류 아웃사이더’로 통했지만, 인간성의 극단적 측면을 영화에 그대로 표현하는 독특한 작품세계를 선보이며 해외에서는 작품성을 인정받으면서도 국내 극장가에서는 매번에 흥행에 실패했다.

1995년 ‘무단횡단’이라는 시나리오가 영화진흥위원회의 공모에 당선돼 이듬해인 1996년 첫 영화 ‘악어’로 감독에 데뷔했고, 1998년 세번째 작품 ‘파란 대문’으로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파노라마부문 개막작으로 상영됐으며, 네번째 작품 ‘섬’이 2000년 베니스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데 이어 미국 선댄스영화제에서 월드시네마상을 받았고, 같은해 대학로에서 3시간만에 찍은 ‘실제상황’이 모스크바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다.

2001년 ‘수취인 불명’이 베니스영화제 경쟁부문에, 2001년 ‘나쁜 남자’가 베를린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됐으며, ‘나쁜 남자’는 국내에서 70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첫 성공했고, 2003년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으로 국내 대종상과 청룡영화상에서 작품상을 수상하며 국내에서도 작가주의 감독으로 인정받았다.

이어, 2004년 ‘사마리아’로 베를린영화제 감독상과 ‘빈집’으로 베니스영화제 감독상을 받았고, 2005년 국내에서 흥행에 참패한 ‘활’이 칸국제영화제에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됐고, 2007년 ‘숨’으로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다.

2008년 본인이 시나리오를 쓰고 제자인 장훈 감독에게 연출을 맡긴 ‘영화는 영화다’는 130만 관객을 동원했지만, 장훈 감독이 대형 투자배급사로 떠난데 이어, 같은해 ‘비몽’ 촬영 과정에서 주연 배우 이나영이 죽을 위험을 넘기는 일을 겪은 뒤 농촌의 오두막에 칩거하며 3년간 은둔생활을 하면서 다큐 형식으로 담은 영화 ‘아리랑’이 2011년 칸영화제에 출품돼 ‘주목할 만한 시선’ 상을 수상하면서 세계 3대 영화제(베를린, 베니스, 칸)에서 상을 받는 국내 최초의 감독이 됐다.

자신이 시나리오를 쓰고 제자인 전재홍 감독이 연출한 ‘풍산개’는 국내에서 71만 관객을 동원하며 상업적으로 성공을 거뒀고, 자신의 열여덟번째 영화 ‘피에타’로 마침내 베니스영화제의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거머쥐었다.

한편, 김기덕 감독의 열여덟번째 작품으로, 제69회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영화 ‘피에타’는 지난 6일 국내 개봉됐다.

끔찍한 방법으로 피붙이 하나 없이 외롭게 성장해 채무자들의 돈을 뜯어내며 살아가는 남자 ‘강도(이정진)’ 앞에 어느날 엄마라는 ‘여자(조민수)’가 찾아오면서 여자의 정체에 대해 끊임없이 의심하며 혼란을 겪는 강도는 태어나 처음 자신을 찾아온 그녀에게 무섭게 빠져들기 시작하고, 그러던 어느날 여자는 사라지면서 그와 그녀 사이의 점차 드러나는 잔인한 비밀을 그린 작품으로, 결코 용서 받을 수 없는 두 남녀에게 신이시여 이들에게 자비를 베푸소서라는 메세지를 담고 있다.

김기덕 감독은 영화 ‘피에타’에 대해 “극단적인 현대 자본주의에 대한 이야기이며, 자본주의 중심인 돈이라는 것에 의해 사람과 사람 사이에 일어나는 불신과 증오와 살의가 어떻게 인간을 훼손하고 파괴하며 결국 잔인하고 슬픈 비극적 상황을 만들어 가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라며 “‘피에타’를 통해 돈이면 다 된다는 무지한 우리의 현주소를 돌아보고 더 늦기 전에 진실한 가치로 인생을 살기를 깨닫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피에타(Pieta)’는 이탈리아어로 ‘자비를 베푸소서’라는 뜻으로, 성모마리아가 죽은 그리스도를 안고 있는 모습을 표현한 그림이나 조각상을 말한다. 로마 산피에트로대성당 입구에 있는 ‘페이타’ 상은 미켈란젤로가 25세때 프랑스인 추기경의 주문으로 제작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피에타’를 경건한 마음, 경건한 동정(同情)이라는 뜻으로 ‘신이여 불쌍히 여기소서’라며 기도할 때 사용한다.